[야고부] '남다른' 영부인

입력 2007-08-21 11:44:12

지난 5월 출범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여러모로 세인들의 관심 대상이다. 프랑스 최초의 이민 2세 출신 대통령에다 국립행정학교 출신이 주름잡고 있는 프랑스 정계에서 보기 드문 일반 대학 출신. 텃세 심한 프랑스에서 온갖 역경을 불굴의 신념과 뛰어난 능력으로 돌파해온 신화의 주인공이다. 부인 세실리아와는 12년 열애 끝에 재혼했으며, 파경 직전까지 갔다가 이를 극복한 아픈 개인사도 갖고 있다. 첫 부인 소생의 두 아들, 세실리아와 전 남편 사이에 낳은 두 딸, 사르코지와 세실리아 사이의 아들 등 5자녀를 거느린 가장이기도 하다.

3개월 전 출범한 사르코지 정부가 요즘 세인들의 입방아에 당혹해 하고 있다. 엘리제궁의 안주인 세실리아(49)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언행 때문이다. 얼마 전엔 두 번이나 리비아로 날아가 8년 반 동안 구금돼 있던 불가리아 간호사 5명 등을 석방시켰다. 프랑스 언론들은 세실리아가 프랑스 외교의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보도하면서 "대신 총리와 외교부 장관이 인질이 됐다"고 비꼬았다.

최근엔 미국서 가진 휴가에서 부시 대통령 가족과의 비공식 오찬에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불참했나 하면 이튿날엔 친구와의 쇼핑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지난 6월엔 독일 G8 정상회담 당시 각국 퍼스트 레이디들의 회담에도 그녀는 딸의 생일을 축하해줘야 한다며 혼자 귀국해 버렸다.

그 이전부터도 상식을 초월하는 독특한 면모를 보여왔다. 남편의 대선 운동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영부인이 되고서도 "나 자신을 퍼스트 레이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은 전투복 바지와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채 돌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도 했다.

세실리아의 자유분방함과 제멋대로식 행동거지가 지금 프랑스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져 있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루이 16세의 악명 높았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케 하는 만평을 실었다. 반면 진보적 성격의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여성해방의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평했다. 사르코지의 대통령 당선 직후 최측근 중 누군가가 "세실리아는 사르코지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현실이 될지, 아니면 괜한 억측일지 프랑스 영부인에 지구촌의 시선이 쏠려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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