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함 털고 고향을 정권교체 아성 삼겠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고향사람(포항)이다. 그래서 지난해 연말 대선 레이스 시작 전부터 대구·경북을 향해 '고향까마귀'임을 자랑했다. 대구·경북을 최대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었던 박근혜 전 당대표와 경쟁하면서 대구·경북을 서울·수도권 못지 않게 자신의 '아성'으로 삼으려 했다.
이 후보는 대선레이스 후 지방 나들이에서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대구·경북이었고, 고향을 찾을 때마다 고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언론 등을 통해 수없이 알려왔다. 특히 대선 공약 발표 때도 '헛 공약'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참모들이 머리를 맞대 지킬 공약을 만들었고, 굵직한 보따리도 풀었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며칠 전 자신의 측근에게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요지는 "왜 이렇게 고향에서 지지율이 안오르지."였다.
이 후보의 불안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겼지만 이 후보가 그토록 애정과 관심을 쏟은 고향에선 박 전 대표에게 고배를 마신 것. 경선 결과 대구의 경우 유효투표 수 7천423표 가운데 박 전 대표는 5천72표(68.3%)를 얻은 반면, 이 후보는 절반도 안 되는 2천305표(31.0%) 득표에 그쳤다. 대구는 참패 수준에 가까웠다. 경북의 경우 경선 막판까지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와 자체 판세 분석 모두에서 박 전 대표를 다소 앞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게 중심은 '박'에게로 기울었다. 유효투표 수 9천637표 중 이 후보는 4천455표(46.2%)를 얻었지만 박 전 대표는 이 후보보다 656표 많은 5천111표(53.0%)를 득표한 것.
이 후보의 대구 경선본부장을 맡았던 이명규 의원은 "이 후보가 고향의 경선결과를 보고 약간은 섭섭한 마음을 주변에 내비쳤고, 대구의 이 후보 캠프 분위기도 그리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 후보의 고향 사랑은 예전 그대로다. 대선가도에서 이 후보의 고향 행보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대구선대위원장을 맡은 안택수 의원은 "이 후보는 이번 고향의 경선결과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후보는 대구·경북민들이 자신의 고향사랑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대구·경북의 미래와 비전, 자신의 고향 애정론을 더 홍보하는 데 신경을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주변에 내비쳤다."고 전했다.
또 이 후보의 측근인 정종복 의원은 "이 후보는 비록 경선에서 고향이 '박'을 택했지만 한나라당의 중심은 대구·경북이며 자신의 뿌리는 대구·경북이라는 데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후보는 당이 대선 체제로 돌입하면 가장 먼저 대구·경북을 찾아 고향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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