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17대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 결과가 오늘 오후 뚜껑을 연다. 1년 2개월 동안 경쟁한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 중 한 사람은 패배의 쓴잔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패자는 깨끗이 승자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세상의 관심은 승패의 향방 못지 않게 경선 승복 여부에 쏠려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말이 경선이지 두 진영은 마지막 투표일까지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추악한 상대방 죽이기에 골몰했다. 돌아보면 진흙탕에서 뒤엉켜 사납게 쥐어뜯는 모습만이 두 사람에게 오버랩으로 떠오를 뿐이다.
이렇게 목숨 건 감정싸움만 하다 경선이 끝났으니 후유증 걱정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선거법상 경선 패배자는 본선에 나갈 수 없지만 딴맘만 먹으면 승자를 얼마든지 애먹일 수 있다. 물론 두 사람은 지금까지 모두 21차례나 있은 토론회 또는 합동유세에서 '경선 뒤 단합'을 공개 다짐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겠는가. 이'박 둘 중 하나가 상대를 돕는다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정도로 서로를 난도질했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정치를 그만두어야 할 인물로까지 오물을 뒤집어씌웠다.
그러니 패자가 마음을 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못해 승자에게 협조를 말하면서 뒤에서 흔들 수도 있고 적당히 돕는 시늉을 하며 '후보 교체'의 때를 노릴지도 모를 일이다. 한나라당은 경선 이후가 이렇게 흘러가면 10년 만의 정권 교체 꿈을 깨는 게 좋을 것이다.
승자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패자가 마음을 돌릴 명분과 논리를 갖추어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10년 전에도 경선 승자가 패자를 끌어안지 못해 정권을 날렸다. 이번 경선 투표율이 5년 전 대선과 맞먹는다 해서 대세론에 취하면 그 길로 끝장이다. 한나라당 경선은 승자의 아량, 패자의 승복이 따를 때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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