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최전선- 지상의 미군들

입력 2007-08-18 07:24:23

로버트 카플란 지음/ 이순호 옮김/ 도서출판 갈라파고스 펴냄

제국주의를 '억압'과 '착취'와 동일시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참으로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더구나 식민의 역사를 가진 우리로서는 제국의 존재를 인정하고 찬양하는 듯한 이 책이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미 제국주의'가 그 실체를 드러냈다고 반길줄도 모르겠다. 지금껏 반미(反美) 구호와 나란히 따라 다니던 반제(反帝=반 제국주의)의 정당성을 미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우파 언론인인 저자가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소국을 침탈하고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가해적 존재로 제국주의를 보는 '반제국주의자'와 미개국을 개도하고 선진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해주는 이롭고 긍정적인 존재로 제국주의를 보는 '제국주의자' 사이의 논쟁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영국 역사가 닐 퍼거슨의 말처럼 "노급전함이 F-15기로 대체되었듯이 외국을 지배하는 기술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좋든 싫든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제국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또 21세기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는 영국도, 로마제국도 아닌 미국뿐이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 미국의 군사 지도는 지구 곳곳을 빠짐없이 다 덮고 있다. 전 세계의 미 지상군은 그린란드에서 나이지리아, 노르웨이, 싱가포르, 한국, 일본, 몽골까지 59개 나라와 영토에 군기지와 군기지권을 갖고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며, 170개 나라에서 매년 미군이 참여하는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군은 전 세계를 기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아무리 후미진 지역이라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미군으로 즉시 채워놓을 수 있는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전 세계에 미치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부정할 사람이 없고, 또 세계화 등 다른 이름으로 포장해 불러도 미국의 제국적 실체를 약화시키기 못한다는 점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거추장스런 포장을 과감하게 걷어치운 채 '미국은 제국'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미국을 고대의 페르시아 제국, 로마제국, 대영제국 등과 동일시하며 그들로부터 교훈을 배우라고 권하고 있다.

이 책은 결코 펜타곤(=미 국방부)의 세계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오늘날 세계 각지에 주둔한 미군들, 그들의 전쟁, 미국 제국주의의 글로벌 전략 등을 바라보는 그들의 또 다른 시각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이 풀뿌리 단계에서 어떻게 실행되는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국주의는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는 말만큼 감상적이고 선동적인 구호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또 하나의 잠재적 제국 '중국'이 부상하고 있고, 언젠가 두 개의 제국 미국과 중국이 태평양을 중심으로 충돌한다면 우리나라 (조만간 이룩 될)'통일한국'의 운명도 엄청난 격랑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일본은? 러시아는? 608쪽, 2만 5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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