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VVIP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07-08-18 07:39:55

"달라~ 달라~ 달라~ 난 달라."

한 자동차업체의 광고 CM송처럼 남다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들이다. 초우량 고객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기업 입장에서 확실한 '돈지갑'이다. 기업들은 '실탄'이 풍부한 VVIP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주변에 파급 효과가 큰 최상층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여 최상층 고객은 물론 이들을 닮고자 하는 VIP나 중산층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지역 백화점, 은행, 호텔, 골프장이 떠받들어 모시는 VVIP는 어떤 사람들일까?

◆백화점

지역 백화점들에 따르면 상위 10% 고객의 매출은 전체의 40~50%를 차지한다. 백화점이 이들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것은 장사하는 입장에서 당연하다.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2층 초우량 고객(VVIP) 전용 멤버스클럽인 '프라임 애플클럽'. 밖에서 보면 고가 브랜드의 매장으로 보이지만 이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대구백화점 이용고객 중에서도 매출액 기준 최상위 100명만 회원제로 들어올 수 있는 전용룸이다. 물건구매뿐만 아니라 휴식을 취하거나 작은 모임도 가질 수 있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벽지, 소파, 탁자 등은 고급스럽고 고가의 예술작품이 걸려있는 등 갤러리 분위기를 풍긴다. 고가의 유명브랜드 핸드백과 의류 등도 진열돼 있다. 쇼핑뿐만 아니라 미술작품 전문상담과 세무 전문상담도 제공된다.

이곳에는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라는 쇼핑도우미가 상시 대기한다. 이들은 고객이 사전예약을 통해 구매하려는 품목을 예약하면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브랜드·디자인을 고려해 구매 예상품목을 미리 세팅해 두고 쇼핑을 도와준다. 퍼스널 쇼퍼 강경희(41) 씨는 "고객이 원할 경우 동행해서 쇼핑을 도와준다."면서 "앞으로는 백화점에서 다른 볼일도 볼 수 있도록 '개인 비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백화점 VVIP는?

기업인,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사모님'으로 연령대는 40·50대가 가장 많다.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연령대도 이들이다. 요즘엔 고가의 악어가방이 유행하고 있다.

▶이용 빈도=쇼핑을 위해 오는 경우와 안락한 쉼터를 찾아서 오는 경우로 나뉜다. 동시에 여러 팀을 받지 않는 특성상 하루 방문은 2, 3팀으로 6~8명 정도이다.

▶주로 나누는 대화=정치·사회 등 딱딱한 주제보다는 살아가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30대는 자녀교육, 40·50대는 쇼핑과 여행, 60대는 여행 얘기를 주로 한다. 퍼스널 쇼퍼들에게 중매를 부탁하기도 한다.

▶회원끼리의 관계=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팀(한 사람)이 클럽 안에 있으면 다른 팀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회원끼리 마주 앉아 대화할 기회는 거의 없다. 회원 간 개인적인 교류도 없다. 신분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은행

지역 은행 PB(Private Banking)센터도 VVIP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PB센터는 바깥에서 벨을 누르거나 전용카드를 대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시중 은행 PB센터에 들어서면 호텔 같은 프런트가 있다. 고객 전용 상담실에는 고가의 AV시스템이 설치돼 상담받으러 왔다가 영화를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국제전화도 무료다.

대구은행 본점 PB센터의 경우 스크린골프장과 대여금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PB센터 위층에는 레스토랑과 피트니스클럽이 마련돼 있다. 신한은행 PB센터의 경우 와인셀러까지 설치돼 있다.

대구지역 PB센터는 5억 원 이상 예금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의 경우는 10억 원 이상이다. 김규항 신한PB대구센터장은 "은행들은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기 때문에 귀족마케팅을 펼 수밖에 없다."면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외부동산 투자견학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 VVIP는?

30대에서 80대로 다양하지만 50대가 가장 많다. 직업은 사업가, 의사, 변호사, 교수 등이다.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도 있다. 부부가 함께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집안일 등 사소한 것도 상담하기 때문에 남들 몰래 혼자서 거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성격=금전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꼼꼼하다. 숫자 등에 밝다. 자신의 예금 만기, 이율, 세금 등을 자세히 알고 있다. 남에게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하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이득이 될 경우에만 남에게 베푼다. 시간 때우기 등으로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겸손한 사람이 많은 편이다. '졸부'들은 PB센터에 잘 오지 않는다. 과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영업점을 이용한다.

▶돈 굴리기=최근엔 부동산 투자에서 펀드 등 투자자산 운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매년 금융자산은 늘어나는 편이다. 매년 평균 수익률은 10~12% 정도이다.

▶옷차림=옷차림이 휘황찬란할 것 같지만 의외로 수수한 편이다. '몸빼' 입고 오는 아주머니도 있다. 이벤트행사를 열 경우 옷차림에 신경 쓰지만 평상시에는 검소하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