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서울의 큰 병원'이 만병통치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지역에도 서울과 비교해 손색없는 우수한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많이 생겨 오히려 서울에서 환자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10년째 대구지역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신경정신과 의사는 놀랄 만큼 성장한(?) 지역병원들의 경쟁력에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 지역병원들의 실력이 서울병원에 못지 않게 좋아지면서 KTX와 중부내륙고속국도 등을 이용, 대구의 병원을 찾는 수도권 등 타 지역 환자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스타의사와 드림수술팀들이 속속 등장, 환자뿐만 아니라 대구의 의술을 배우려는 국내외 의사들의 대구행도 늘고 있다. 최첨단 장비와 기술로 '의료 지방화시대'를 이끌어가는 지역의 스타의사와 드림팀을 소개한다.
모발이식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경북대병원 모발센터는 전국 대머리 환자들의 성지(聖地) 통한다. 국내 최초의 모발센터로 세계 최고의 모발생존율(92%)을 자랑하며 하루에 20여 건 이상의 모발이식수술이 진행된다. 지금까지 이 센터에서 지도받은 외국인 의사만 일본, 이탈리아, 중동 국가 등 20여 개국에 40여명에 이른다. 모발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정철 경북대병원 교수는 "대구의 의술을 국내외 전파하는 것은 지역 의술과 병원의 우수성을 알릴뿐만 아니라 대구의 지명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준 높은 의술과 풍부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장기이식술에 있어 대구가톨릭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대표적인 지역 병원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2003년 설립 이후 4년만에 50차례가 넘는 수술실적을 거뒀고 특히 2005년 만들어진 간이식팀은 간이식의 상담과 등록, 수술 및 수술후 퇴원까지 관리와 상담이 이뤄져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헌주 영남대병원 교수는 간암치료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1997년부터 먹는 항바이러스제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만성 간염을 잘 관리하지 않을 경우, 간암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들어, 간암 환자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간염 관리도 철저히 한다.
이 병원 이동철 교수는 최근 개발된 이동형 폴리에틸렌을 이용한 '고굴곡각도형' 인공관절치환술로 유명하다. 이 방법으로 수술하면 10~20°를 더 구부릴 수 있어 꿇어앉기나 양반자세 등이 가능해 관절염 환자들사이에 '관절염의 아버지'로 통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정형외과 손승원 교수는 수술 후 통증을 줄이고 회복을 빠르게 하기 위해 지혈대를 사용하지 않고 절개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거나 수혈을 거의 하지 않는 최소절개수술법으로 유명하다.
이준 영남대병원 교수는 이른 시간 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입할 수 있는 정맥 혈전용해술과 막힌 부분을 정확히 찾아 혈전용해제를 투입하는 동맥 혈전용해술을 합한 정·동맥 혈전용해술을 쓰고 있다. 두 방법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막힌 혈관을 뚫어줄 수 있어 이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이밖에 환자들이 치료의 주체가 돼서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흡연 등 뇌경색 위험요인을 줄여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10년 넘도록 '뇌졸중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경북대병원 정두교 교수와 종지뼈(슬개골)를 갈아끼우지 않고 인공 무릎관절치환수술을 시행함으로써 환자들의 경비를 절감해 주고 있는 같은 병원 경희수 교수 등이 환자들사이에 스타의사로 통하고 있다.
김권배 계명대 동산병원장은 "지역병원은 지역민들의 교통 편의성이 높은 데다 지역 친화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시도하기도 쉽다."며 "특히 고령화와 만성퇴행성 질환의 증가로 병이 발생했을 때 당장 달려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밀착형 병원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