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생명을 유지하는 생물학적 엔진과도 같다. 주된 기능이 혈액을 몸 구석구석에 순환시키는 펌프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장은 온 몸을 돌아온 정맥피를 모아 폐로 보내 산소를 많이 머금은 신선한 동맥피로 만들고(우측심장), 폐에서 들어온 동맥피를 다시 높은 압력으로 전신에 공급하는(좌측심장) 과정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런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함에 따라 온 몸의 혈액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나타나는 증상을 '심부전'이라고 한다.
◆원인=심부전이란 특정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심장질환이 심부전 증상을 보인다. 선천성 심장병, 심장판막 질환, 심장근육 질환, 관상동맥 질환, 부정맥 등이 심부전을 일으키는 원인질환이 된다. 이 때문에 관상동맥 질환의 증가는 심부전의 증가와 비례한다.
최근엔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심부전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전신 질환이나 항암제, 알코올 과다섭취도 심장세포의 손상을 불러 심부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많은 항암제는 심장손상의 원인이 되며 기존에 심장질환이 있는 경에 심부전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심장질환의 병력이 있거나 심부전 증상이 있으면 항암치료 전 반드시 심장기능 검사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진행정도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초기증상은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가만히 있을 때보다 심한 노동이나 운동을 할 때 주로 나타난다. 전에는 등산을 해도 웬만한 거리에 별 탈이 없던 심장이 조금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도 숨이 차다면 심부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병이 악화되면 가볍게 걷기만 해도 숨이 차고 기침이 난다. 이와 함께 기운이 없어지며 나른하고 다리가 붓거나 복수가 차기도 한다.
◆한 번 망가진 심장은 재생 어렵다=탱탱한 고무풍선을 한껏 불었다가 바람을 빼면 탄력성을 잃어 다시 원래대로 되지 않듯이 심장도 한 번 손상을 입으면 좀체 본래 모습을 찾기란 힘이 든다.
또한 심부전이 발생하면 평생 원인질환에 대한 약을 복용해야 하고 심한 경우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 하게 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심장질환과 관련해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지만 미국을 예로 들면 미국인 질병사망원인의 1위가 심장관련 질환이 차지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향후 우리나라도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며 자연히 이에 대한 의료비용은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이 최선=심부전을 알아내는 데는 환자의 일차적인 증상과 문진소견, 흉부 X선 검사, 심전도, 심초음파가 이용된다. 대개 심전도와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소견이 나오더라도 반드시 심부전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정상소견을 보여도 스스로 증상을 느끼면 정밀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보다 정밀한 검진을 위해 최근에는 심초음파 검사가 이용된다. 심초음파 검사는 심장의 박동과 더불어 몸 속 심장기능을 모니터를 통해 육안으로 보여주면서 바로 심장 기능을 데이터화로 제시하기 때문에 간편하고 유용하다.
40대 중반 이후, 평소대로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다소 불편한 증상이 찾아오면 예방차원에서라도 반드시 검사는 받아보아야 한다. 심장기능이 불가역적 상태로 발전하기 전에 조기에 치료하거나 약을 통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건강을 위해 보다 현명하기 때문이다.
도움말.영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박종선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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