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경선의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는 92년과 97년에 정치를 시작했다. 비교적 참신한 이미지를 가지고 출발한 두 사람에게 국민들은 희망의 정치를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박 후보는 스스로 구태정치를 않겠다고 말했고, 그런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 뛰어들면서 그들은 기성 정치인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실망스런 모습만 보여줬다. 국민을 의식하는 통 큰 정치, 선의의 정치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지난 경선과정은 한마디로 '더러운 싸움'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이 가져야 할 국가의 비전이나 정책을 보여준 게 아니라 상대의 구린 과거사 뒤지기에만 열중했다. 국민들은 도덕성 말고는 두 후보를 검증할 잣대를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다. 대통령은 성직자나 교육자가 아니고, 그런 사람이어서도 안 된다. 도덕성이 주요 조건임에는 틀림없지만 거기에 매몰되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양자 간의 경선 갈등은 이미 갈 데까지 간 상황이다. 경선에서 이 후보가 진다면 그 지지자의 41%만, 박 후보가 진다면 51%만 이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경선이 얼마나 자해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상대를 대선주자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극단적 언사까지 오가는 마당이다. 스스로를 대선주자 자격이 없는 것으로 선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솥밥을 먹는 처지에 상대가 없으면 나도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함께 없어지는 것이다. 본선에서 정권 교체의 과업을 달성하라는 국민 다수의 여망을 망각하지 않고서야 이런 행동이 있을 수 없다.
좋건 싫건 이제 4일 후면 한나라당 대선주자가 결정된다. 두 사람은 마지막 남은 며칠간이라도 악의의 경쟁을 그쳐야 한다. 본선에서의 협력을 깨는 행위를 하는 후보가 먼저 도태될 것이라는 각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한나라당을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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