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에도 유행이 있다?
인기 있거나 취업이 잘 될 것 같으면 교육과정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교육 희망자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유행'만 좇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 '공급과잉'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는데다 몇 개월 단기과정으로는 전문성을 갖추기도 힘들기 때문.
2000년도를 전후해 가장 인기를 끈 직업훈련 부문은 컴퓨터 관련 직종이다.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과 인터넷 '붐'으로 컴퓨터 전문 수리나 웹마스터 등 컴퓨터 활용과정이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각종 사설 학원들이 '단기 완정 과정' 등을 우후죽순처럼 개설했고, 정부도 실업난 타개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구직행력에 나선 실업자들을 끌어모았다.
2001년 한 직업훈련기관을 통해 '컴퓨터 수리' 과정을 배웠던 김성종(35) 씨는 "컴퓨터만 능숙하게 다룰 줄 알면 취업이 되는 줄 알고 너도나도 컴퓨터 배우기에 빠졌다."며 "그러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비슷한 과정들을 배우다보니 취업 경쟁만 치열해졌다."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IT 업종이 인기가 치솟으며 실업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밍, 디지털전자정보기술, 쇼핑몰 구축·운영, 플래시웹디자인 등 직업훈련기관에 개설된 과정만 100개가 넘는다. 실제 지난해 대구·경북지역에서 진행된 실직자 직업훈련 과정 중 IT 등 정보·통신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과정 모집 인원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컴퓨터', 'IT' 등이 사회 전반의 점진적인 유행 흐름을 주도했다면, 인기 드라마나 트렌드에 의해 '붐'으로 이어진 직업훈련 과정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파티시에(제과제빵사)'. 2005년에는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이 인기를 끌면서 '파티시에'가 되어보겠다고 제과제빵학원 등 직업훈련기관에 실업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베이비시터' 과정도 인기다. 취업이 잘 되는 '간호조무사'과정도 4, 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간호조무사' 과정은 노동청에서 주관하지 않고 구·군청에서 주관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웰빙' 트렌드에 맞춰 밸리 댄스 등 스포츠댄스나 마술 등 독특한 직업훈련 과정의 개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올초 열린 훈련기관 및 훈련과정 심사위원회에서 밸리댄스, 마술 등을 취미로 판정하는 바람에 개설이 미뤄졌다."고 했다.
반면 기계나 중장비를 다루는 소위 '3D' 직종의 훈련 과정은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한 직업훈련기관 교사는 "자동차 정비나, 중장비 운전, 용접, 프레스금형 등은 기업이나 업체들이 전문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정작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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