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이문구 作 '산 너머 저 쪽'

입력 2007-08-15 07:19:46

산 너머 저 쪽

이문구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나. 옛 큰집에서는 여름밤이면 마당에 펼쳐놓은 멍석 위에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대개 감자 넣은 수제비이거나 홍두깨로 민 칼국수. 배불리 먹고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보면 햐! 말 그대로 총총, 송곳 한 자루 꼽을 자리 없이 별들이 총총했다. 그런 밤이면 개구리소리는 얼마나 또 요란하게 울어쌓는지. 개골개골 귀 따갑도록 들려오는 소리 따라 별들이 하나씩 둘씩 피고 또 졌다.

데네브, 페가수스, 카시오페이아…… 낯선 이름을 낱낱이 손가락으로 짚으면 하늘 꼭대기에 은빛 강물이 흘러가는 게 보였다.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연에 가슴이 촉촉하게 적셔들기도 했다. 강물처럼 흔하디흔한 별들이 어째서 다 사라졌는지. 별이 사라지니 憧憬(동경)도 사라졌다. 어둠이 사라지니 신비가 사라졌다. 바라건대 문명이여, 나에게 밤을 돌려다오. 침묵의 소중함을 돌려다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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