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5개의 '끈'이 있다 한다. 농담 같지만 그 속에 생활의 지혜가 녹아 있다. 첫째 끈은 '매끈'이다. 사람관계나 일에서 쓸데없이 까칠거리거나 군더더기가 덕지덕지 붙지 않도록 깔끔, 매끈하게 처리하라는 의미다. 둘째는 '발끈'이다. 부조리나 사회악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정의감을 발동시켜야 하며, 스스로도 오기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거다. 셋째는 '화끈'이다.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눈치보거나 내숭떨지말고 시원시원하게 하라는 뜻이다. 넷째는 '질끈'이다. 남의 사소한 실수나 못난 점에는 눈을 질끈 감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따끈'이다. 남에게 베풀 줄도 알고 포용하며 따뜻하게 대하라는 의미다. 깊은 뜻을 가진 다섯 끈이다.
그런데 요즘 또 하나의 '끈'이 연일 우리 사회를 들썩거리게 한다. 줄줄이 사탕식으로 밝혀지는 유명 인사들의 '가방끈'스캔들이다. 신정아 씨의 놀라운 거짓 행각에 이어 '행복전도사' 정덕희 씨도 학력 문제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스스로 밝힌 사람도 있지만 신 씨처럼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서도 사과는커녕 끝까지 아등바등 버티는 딱한 모습도 있다. 학원가의 인기 강사들 중에도 학력을 속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들 하니 유행가 노랫말처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란 말인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있는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온 사람들이다. 그깟 학력을 뛰어넘어 솔직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든지 이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을텐데 성공을 향한 성급한 욕심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재산을 몽땅 금화로 바꾼 뒤 배를 탔다. 얼마 뒤 거친 풍랑이 일어 배가 난파될 지경에 이르렀다. 승객들은 앞다투어 물로 뛰어들어 뭍으로 헤엄쳐 갔다. 그 사람도 무거운 금화주머니를 허리춤에 단단히 묶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금화의 무게 때문에 곧장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비평가이자 사상가인 존 러스킨(1819~1900)은 이렇게 묻고 있다. '그가 바다밑에 가라앉을 때 그가 금을 가진 것인가? 아니면 금이 그를 가진 것인가?' 이에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번스타인은 저서 '황금의 지배'에서 "금이 그를 소유했다"고 답했다. 이번 가짜 학력 사건은 그릇된 인간 욕망의 허망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