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도 판다…대학 홈피 매매 글 수십건

입력 2007-08-14 09:59:38

학점 따기 쉬운 인터넷 강의 수강신청 몰려…일부선 비난도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수강 신청한 강의를 서로 교환하는가 하면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강의를 사고판다'는 글까지 올리는 등 생소한 '수강 신청'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이 때문에 대학생들의 고유 권리인 수강신청이 이중, 삼중으로 매매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학생들 사이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시작한 지역 A대학의 홈페이지 게시판엔 '강의를 교환하자.' '강의를 사겠다.' '팔겠다.'는 내용의 글이 5천 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인강'으로 축약된 일부 '인터넷 강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돈을 주고 '사고판다'는 얘기까지 버젓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학교 토목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인강'은 인터넷으로 출석하고 시험도 객관식으로 치는데다 성적 받기도 쉬워 인기가 높다."며 "학년, 전공에 관계없이 수강이 가능하지만 수강 인원이 제한되다 보니 '인강'을 신청한 학생과 이를 원하는 학생들 간의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이 게시판에서 키워드로 '인강'을 입력하면 600개 정도의 글이 올라와 있을 정도다.

실제 뜻대로 수강 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전략 삽니다' '취업XX 강의 팔 사람 있나요?' 등의 매매성 글을 올리는가 하면 자신의 연락처까지 남기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반발도 적잖아 아이디 '누님'은 "같은 학생들끼리 꼭 강의를 사고팔아야 하겠느냐."며 "강의를 돈으로 사서 성적이 안 나오면 환불할 생각이냐?"고 했다. 한 학생은 "특정 강의가 필요한데 신청하지 못한 학생과 필요없지만 수강해 놓은 학생이 컴퓨터에 나란히 앉아 수강 신청 취소와 동시에 신청하는 방법으로 매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7일 수강신청이 끝난 B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 학교 인터넷 게시판엔 강의를 양도하거나 교환, 매매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의견이 심심찮게 올라와 있다. 한 학생은 "수강신청 때 강의를 보험 삼아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 과목이 생기면 교환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며 "특정인에게 넘기고 사례비를 받는다는데 이렇게 나가다 알바하는 경우까지 생기겠다."고 비난했다.

학교 관계자는 "일부 학생끼리 인터넷 상에서 성적을 잘 주는 소위 '꿀과목'을 교환하거나 매매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어서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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