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논술이야기)논술은 교과목일 수 있는가

입력 2007-08-14 07:41:15

최근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논술이라는 교과목 편성을 권장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도 내년에는 여섯 개의 고등학교에서 논술 과목이 교육과정 상의 교과목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러한 논술 교과목 설정은 본질적으로 통합교과논술의'통합적'성격을 살리기 위한 수업 방법이나 개별 교과 차원의 논술 수업 방법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행 교육과정에서 통합교과논술 수업을 위한 시간을 현실적으로 교육과정 편제상 어디에 마련하는 것이 좋은지, 별도의 수업 시수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적 차원의 검토 결과로 제시된 것이다.

물론 학교 차원의 전체적인 논술 교육과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논술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혼선은 당연하다. 정규 수업 시간에 논술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3개학년 통합교과논술교육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위 자료에 제시된 과정과는 달리 교과목인 논술은 대체로 1학년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2학년, 3학년까지 연계된 교육활동이 아니라는 점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교과서 체제도 문제가 많다. 현행 논술 교과서로 인정받은 교과서(대한교과서)의 차례에 따라 연간 계획을 짜 보면 대부분 논술 관련 학습 내용을 담고 있어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는 통합교과논술의 본질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통합교과논술은 이론으로 배울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특정 논술교사가 전담한다면 다양한 교과목이 담은 통합적 수업을 하기 어렵고 다양한 교과목의 교사가 함께 수업한다고 하더라도 시수 배정이 쉽지 않다. 나아가 교과서의 차례를 그대로 활용한다면 통합적 수업 자체가 어렵다.

여기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명백하다. 근본적으로 논술은 국어나 수학, 과학과 같은 일정한 형식(커리큘럼)을 갖춘 교과목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런 교과목을 학습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80년대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contents)이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지식 정보 사회에서는 피동적인 지식 습득보다는 능동적인 학습과 학습한 내용의 창의적인 활용을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와 요청이 논술이라는 방법론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대구시 교육청에서도 통합교과논술의 이론만이 아닌 실질적인 수업 방법에 대한 직무연수를 여름방학 동안에 실시했다. 각급 학교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서로 다른 교과목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교과목만이 아닌 다양한 교과목의 내용과 수업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어제의 공교육의 모습에 비해 얼마나 발전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다시 말하지만 통합교과논술은 교과목이 아니다. 그것을 학습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나아가 논술은 논술 학원이나 독립된 교과를 통해 특정한 글쓰기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글은 남의 것을 쓸 수 있겠지만 생각은 남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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