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와 광어는 생김새가 짝퉁처럼 닮았다. 누르스름한 등판 색깔이 그렇고 뒤집어봐도 뱃살이 똑같이 희멀건해서 어부 아저씨나 횟집 사장님이 아니면 금방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흔히 도다리와 광어를 구별해 내는 기준을 눈의 위치로 판단한다. 눈이 '왼쪽'에 붙어있으면 '도다리', '오른쪽'으로 치우쳐 붙어있으면 '광어'란다. '왼도 오광'은 그래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러나 왼도 오광 기준도 머리 쪽에서 보느냐 꼬리 쪽 각도서 보느냐에 따라 좌우가 헷갈리기 쉽다. 그래서 물고기 한 마리를 놓고도 도다리다 광어다 서로 다툴 수 있다. 물고기 구별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일은 더더욱 보는 사람의 위치와 시각 그리고 마음에 따라 제각각 해석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역시 왼도 오광처럼 위치와 시각, 마음에 따라 품는 생각이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친북 반미의 좌파적 왼쪽 눈으로 바라보면 어차피 한민족의 통일은 절대적 가치고 자주적 민족 共榮(공영)을 위해서 정상회담은 빠르고 잦을수록 좋다고 볼 것이다.
반대로 좌파정권을 혐오하는 우파적 오른쪽 눈으로 바라보면 오늘의 북한 정권이 과연 믿을 수 있는 민주적이고 인도적인 정권이 돼있으며 야당 경선이 맞물린 회담 시점은 적절한가, 그리고 회담 협상 커튼 뒤는 투명하고 깨끗한가 라는 의구심들을 가질 것이다.
왼도 오광의 논리로 이번 노'김 정상회담의 論点(논점)들을 보자. 왜 회담 장소가 또 평양이어야 하고 우리 쪽이 찾아가서 만나야 하는가라는 논란부터 나오고 있다. 한쪽은 이렇게 볼 것이다. 'DJ는 돈 보따리까지 들고 찾아가서 만났다. 사람 만나는 데 장소가 무슨 문제냐, 그리고 국민 정서니 자존심 하는데 넉넉한 쪽이 궁색한 동족 찾아가 주는 게 뭐 나쁘냐.' 왼쪽 눈으로 볼 때의 논리다.
반대쪽 눈으로 보는 시각은 다르다. '뭐가 답답해서 독재국가 반인권적 정권을 기를 쓰고 찾아가면서까지 만나야 되느냐. 나이 많은 대통령과의 답방 약속도 깨고 5억 달러 챙긴 뒤엔 서해에서 동족에게 포탄을 퍼부은 상대에게 죽자사자 매달리는 이유가 뭐냐. 정치란 국민감정 외교적 평형감각도 고려해야 되는 거다'고 할 수 있다.
經協(경협)과 개성공단의 활성화와 진전이 기대된다는 논점도 마찬가지다. 방송은 정상회담을 통해 개성공단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한다.
반대쪽 시각은 "무슨 소리냐 '2006 북한인권백서'의 증언 분석 자료에 의하면 한국 공장주들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57.5달러 월급을 주면 북한정권이 사회문화시책비로 30% 등 이것저것 떼버리고 35달러밖에 안 준다. 옥수수 20여 kg 값이다. 기본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착취다. 그런 착취는 북한 정부가 자행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제도적으로 용인한 노 정권 당국자의 책임도 크다. 그런 판에 그런 양쪽 대표가 정상회담 한 번 한다고 해서 똑같은 공단에서 무슨 인도적, 경제적 변화가 나타난다는 거냐"고 주장할 것이다.
뒷거래 없이 깨끗하고 투명했다는 주장도 그대로 믿는 눈과 만나서 포옹 한 번 하고 사진 몇 장 찍고 제대로 다 지켜지지도 않은 공동선언서 발표하는 데 5억 달러나 줬다가 들킨 DJ 정권과 同色(동색)의 후계정권인데… 라는 의심이 맞부딪친다. 한나라당 집권하면 전쟁 난다는 식으로 엄포 놓던 북한이 남한 대선에서 노 정권 연장을 돕기 위해 소위 '북풍'을 맞불어 주는 것 아니냐는 눈길 같은 거다.
그러나 왼쪽 눈으로 보든 오른쪽 눈으로 보든 이번 정상회담을 보는 시각은 갈라지더라도 공통된 구심점은 있어야 한다. 민주적 평화 통일과 세계 속의 자주적 민족 번영이라는 大命題(대명제)다. 그러한 7천만의 꿈을 위해 왼도 오광의 서로 다른 시각은 새겨 들어주되 보편성을 잃을 만큼 치우치는 독선은 서로 없어야 한다. 그것이 남북 정상회담보다 더 중요한 우리 내부의 가치요, 의무일 것이다.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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