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가 들려주는 주식 이야기] 가치주와 이별

입력 2007-08-09 17:09:07

어떤 주식을 살 때, 그 주식의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가? 비싼가? 생각해 볼 때, A 기업의 주가에 비해 B 기업의 주가가 싸면 상대적으로 싼 것이다. 하지만 그 비교대상이 다른 주식이 아니라, 그 자체의 가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기에다 그 주식의 주가수익배율 (주가를 이익으로 나눈 값)이 낮다면, 그 기업의 이익을 몇 해 동안만 모으면 해당 주식전체를 살 수 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또한 '매우 싸다'. 이때 이 주식을 산다면 당신은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 투자자다. 한국시장에도 이런 시기가 있었다. 필자가 2002년에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전체 상장 주식의 2/3 가 여기에 해당되었었다. 한국시장은 그야말로 가치의 보물창고였던 것이다. 일군의 운용자들과 투자자들이 여기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단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여기 까지가 바로 주가지수 2000 시대에 이른 현재의 우리시장의 모습이다. 현재 거의 모든 대한민국 자산운용사의 홈페이지에는 자신들의 운용철학을 '가치투자'라고 내세우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기준대로라면 이제 한국시장은 끝났다. 더 이상 자산을 팔아 주식을 몽땅 살 기업이 없다, 오히려 현재 신가치주로 주목받는 삼성중공업의 경우에는 향후 10년간 자산이 1-20%씩은 증가해야 겨우 주가와 자산가치가 균형을 이루고, 또 다른 조선업체는 주가수익배율이 과거 코스닥 거품때 어지간한 거품주와 같거나 높다. 눈을 씻고봐도 한국전력이나, KT 와 같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살 수 있는 주식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에는 '가치주와의 이별'을 선언한다. 분명히 가치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하지만 시장 주변의 유동성은 지수 3000 혹은 5000을 향해 질주 할 준비가 완료되어 있다. 어쩌면 정말 시장이 완전히 미칠지도 모른다. 향후 2-3년간 이어질 이 시기를 '성장주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내재가치가 분명히 비싼데도 가격은 올라갈 터이니, 그것이 성장주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앞으로 주식시장은 현재의 가치가 아닌 '가능성'을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머지않아 다가 올 순수 성장산업보다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애매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들에 초점이 고정될 것이다. 예를들어 한국전력이 풍력이나, 조력발전에 나서고, 포스코가 환경기술에 뛰어들고, 대한항공과 강원랜드가 레저관련주로, KT나 오리온이 엔터기업으로 변신한다면, 거기다가 삼성전자가 GE 처럼 금융자본인지, 산업자본인지 헷갈리는 행보를 취한다면 그것은 바로 성장주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금방 유동성을 폭발적으로 끌어들이는 당위성으로 여겨질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정말 LG생명과학과 같은 일부 제약사들이 생명관련으로, 또는 대성이나 한신공영과 같은 기업들이 몽골로 나가면서 환경,에너지관련으로, 또 코스닥이나 테헤란로의 일부 벤처기업들이 바이오로 혜성같이 등장 할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수자원공사가 상장 할 지도, KT&G 가 생명과 죽음을 교묘하게 결합한 기업으로 주목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필자가 말하는 '새로운 성장주 시대', '가치주와의 이별'은 이런 맥락에서 하는 말이다.

박경철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