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열손상

입력 2007-08-09 17:09:57

연일 30℃가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건설현장의 감독을 맡은 김진철(가명'50) 씨는 평소와 달리 몸이 무겁고 땀이 났지만 날씨 때문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일을 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멍해지면서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그의 체온은 무려 40℃로 온몸은 뜨거운데 땀은 나지 않으며 정신은 혼수상태였다.

응급처치로 다행히 하루 만에 정신을 차린 김 씨의 졸도원인은 열사병. 한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며 응급실을 찾게 하는 열사병은 자칫 잘못하면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열손상의 대표적 질환이다.

◆과도한 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영양분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대사과정에서 열을 발생하게 된다. 만약 우리 몸에 정상적인 냉각기능이 없다면 매시간 1.1℃씩 체온이 올라간다. 특히 격렬한 운동을 할 땐 체내의 열 생산은 20배정도 늘어난다. 이렇게 생산된 열은 전도와 대류현상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되며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떨어뜨리게 된다. 체온이 오르면 말초혈관이 확장되면서 땀을 흐르게 만들어 열을 바깥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는 야외에서 외부로부터 열이 계속 인체에 전달되는 가운데 격렬한 운동이나 무리한 작업으로 인한 인체 내부의 열 생산도 증가하게 되면 체온조절기능에 장애가 나타난다. 그 결과, 열에 가장 약한 장기인 뇌가 가장 먼저 손상을 입으면서 뇌에 있는 체온조절중추가 기능을 상실해 종국엔 쓰러지게 된다.

◆열사병=열사병은 흔히 '더위를 먹어서' 정신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고온 환경에 노출됨에 따라 우리 몸의 체온조절기능이 파괴돼 발생하는 응급질환이다.

증상은 전형적으로 체온이 40℃이상의 고열이 있지만 땀이 나지 않고 몸이 뜨겁고 건조해진다. 의식저하, 경련, 혼수와 같은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며 간부전과 신부전, 혈액응고장애를 동반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건강하고 젊은 사람도 무더운 날씨에 격렬한 운동을 하면 열사병에 걸릴 수 있으며 심부전이나 갑상선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심혈관계통과 내분비계통의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더운 날이 계속되는 동안에 선풍기나 냉방장치 없이 충분한 수분과 영양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내에서도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열 탈진=얼마 전 외신에 '미국 여배우 린제이 로한 촬영 중 일사병(열사병)으로 쓰러져'란 보도가 있었다. 이는 정확하게 말하면 '열 탈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열사병이라면 의식도 혼수이며 체온이 고온이지만 열 탈진의 경우는 의식이 명료하거나 약간 저하된 경우이며 체온도 열사병처럼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열 피로라고도 불리는 열 탈진은 여름철 열 손상 중 흔하게 일어난다. 원인은 체내 수분과 전해질 부족으로 발생하며 체온조절기능은 유지되는 점이 열사병과 차이가 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고온 환경에 노출된 후 피로감, 전신 무력감, 두통이 나타나며 체온도 정상이거나 아니면 40℃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 의식도 정상이며 혼수나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열 탈진이 생기면 환자가 고령이거나 동반질환이 없는 경우엔 입원치료가 필요치 않지만 열 탈진 역시 고온 환경에서 발생하며 두통이나 의식저하가 있을 수 있어 일반인들이 초기에 열사병과 열 탈진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또 열 탈진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면 열사병으로 진행할 수도 있어 열사병에 준해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열 탈진이나 열사병 같은 고온 환경에서 발생한 질환은 뇌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또는 급성감염성 질환 등 여러 가지 여름철에 일어날 수 있는 질환들을 배제한 후 내려질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작업이나 운동 중 갑자기 쓰러진 경우 정확한 검사를 통한 올바른 진단은 필수적인 조치이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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