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형! 나 KBS 19기 공채 개그맨 시험 붙었어!!" 그 말을 듣고 "평생 코미디언으로 살아가도 연극정신은 잊지말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더니 "꼭 그럴게."라고 약속했다. 전화의 주인공은 KBS 개그콘서트 '사랑의 카운슬러' 코너에서 강유미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개그맨 유세윤이다.
여의도에 있는 한 방속국 앞에 서 있는데 갑자기 폼나는 차 한 대가 서더니 문이 열린다. 그리고는 "형, 여긴 웬일이유?"하며 고개를 쭉 내미는 이, 바로 유세윤이다. 피부과에서 망가진 얼굴을 치료받고 오는 길이라며 건너편 설렁탕 집으로 밥이나 먹으러 가잔다. 2년 전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이 개그맨이 됐다며 함께 여의도로 찾아왔길래 설렁탕을 사준 그 집이다. "오늘은 내가 쏜다."며 무거운 지갑이 열린다. 사실 세윤이는 정말 무서운 짠돌이다. 설렁탕이 나오는 사이 손님들의 사인공세가 이어진다.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빼는 사이 반찬에 가 있어야 할 손이 사인지로 옮겨진다. 설렁탕 집 분위기는 어느 새 팬 사인회장으로 바뀌었다. 배 고플 텐데 사인도 참 정성스레한다 싶다. 식사를 마치고 건물 2층에 있는 소속사 사무실로 옮겼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시작하려는데 개그맨 강유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모양이다. 한참을 웃으며 통화하길래 둘이서 정말 사귀는지 물었다. "형까지 왜 그래? 같은 코너를 하다보니 시청자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서 와전된거야. 게다가 개그맨 동기잖아." 사실 유세윤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다. 군대 갈 당시부터 사귀기 시작했는데, 현재 유치원 교사로 근무 중이다.
어려서 배우를 꿈꾸던 유세윤. 대학시절부터 '창작과 무대'라는 연극반 활동을 하며 수업보다는 연극을 더 사랑하고 무대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제대한 뒤 유상무, 장동민과 함께 본격적으로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했다. 일년쯤 지나자 당시 KBS KOREA 위성방송 정규 프로그램인 '한반도 유머 총집합'에서 5주 연속 대상을 차지했고, 어느 날 공채 개그맨이 됐다. '봉숭아 학당'에 등장한 그는 '복학생' 캐릭터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장난하냐', '착한 사람', 'B.O.A' 등 맡은 코너마다 인기를 얻었다.
"개그맨은 아이디어가 중요하잖아. 개그맨들이 낸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면 바로 코너로 이어지기 때문에 동료들끼리도 경쟁이 치열해. 나 같은 경우는 선후배나 동료들이 같이 하자고 하니까 운이 좋은 편이지. '사랑의 카운슬러' 코너도 유미가 낸 아이디어였어."
본인은 드러나지 않으면서 코너를 균형있게 살려주니까 당연히 동료들의 러브 콜이 많다. 연극을 해서인지 희극배우가 되는 게 다음 목표라고 한다. "철저히 계산된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어. 예전에 심형래 선배가 보여준 영구캐릭터, 바로 그게 코미디 연기자라고 생각해. 단면적이고 즉흥적인 효과와 말로 웃기는 개그도 좋지만 철저하게 역할에 몰입하는 코미디 연기자가 되고 싶어."
그는 박수소리로 자신을 평가받는 것보다는 그날 자신이 얼마나 등장인물로 몰입해서 연기를 했는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튿날 KBS 신설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음 충전소' 녹화장에 함께 했다. 그가 맡은 코너 '막무가내 중창단'의 첫 녹화가 있는 날. 스튜디오에 들어가더니 6시간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뒤져서 스튜디오 한쪽에 대본을 들고 연습에 푹 빠져있는 유세윤을 찾을 수 있었다. 2년 전 연극정신을 잃지않는 코미디언이 되겠다던 그의 다짐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작성일: 2006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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