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스타토크] '매트릭스 댄스' 선보인 '여왕개미' 길건

입력 2007-08-07 17:18:11

가히 춤꾼의 지존이라 불릴만 하다. 지난해 '여왕개미'라는 곡에서 '매트릭스 댄스'를 선보이더니 올해 2집 수록곡 '왜 몰라'에서 '아프리칸 쉐이크 댄스'로 춤판을 후끈 달군 가수 길건을 만났다.

꼬박 4시간을 녹화장 무대 뒤편에서 기다린 뒤에 겨우 야외 커피숍에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날 방송 중에 입었던 옷이 노출이 제법 심했던지 긴 가운을 걸친 차림. 긴 생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마감한 그녀를 보며 무대에서 격렬하게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던 아까 그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그녀의 가장 큰 장기인 춤에 대해 물었다. 상당히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그녀의 춤은 흉내조차 내기 쉽지 않다. "4살 때 한국무용을 배울 때 '매트릭스 댄스'의 기본기를 다졌어요. 처음 배웠던 춤이 허리를 뒤로 90도 가량 꺾는 북춤의 일종인 '오고춤'이였는데 그때 허리의 유연함이 '매트릭스 댄스'를 만드는 기본이 됐죠. 하지만 '아프리칸 쉐이크'는 누구나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춤이에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의식에서 컨셉을 따 토속적인 느낌이 강하죠. 다이어트 효과까지 만점이랍니다."

길건은 신이 났는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시범을 보였다. 주변의 시선들이 그녀에게로 모이고 여기저기서 휴대전화 플래시가 터졌지만 길건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길건은 포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도 수산고를 졸업한 토종 경상도 아가씨다. 포항에서는 알아주는 춤꾼이었다고. 하지만 원래 그녀의 꿈은 가수였다.

"2000년 가수가 되겠다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우연히 백댄서계 대모인 홍영주씨를 만나 연예계에 데뷔했습니다. 백지영, 왁스, GOD, 홍콩가수 여명의 백댄서로 활동하면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춤만 추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힘들지가 않더라구요. 밤 새워서 춤 연습을 하고 무대에서 팀들과 호흡을 맞춰 춤출 때 살아있다는 느낌에 행복했어요."

하지만 가수의 꿈이 여전히 그녀의 가슴 속에 가득해서였을까. 우연히 앨범제의가 들어왔단다. "백댄서라는 이미지를 버리려고 이를 악물고 노래연습을 했어요. '쓰러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연습해 앨범을 만든 뒤 자신을 돌아보니 많이 변해 있더군요. 다행인거죠."

남자친구 얘기를 슬쩍 물어봤다. 길건은 "춤추고 노래 부르고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아직 남자친구는 만들지 못했다"며 "백댄서로 활동하던 당시부터 몇 번 열애설에 휘말린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엉뚱하게 생긴 오해들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길건은 '이효리 춤선생'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여기에 대해 물었더니 "그 때문인지 아직도 음악은 못하고 춤만 잘추는 가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톱가수 안무 경력이 지금은 장점이 된다고 위안을 해요."라며 시원스레 답했다.

사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연예인 기도 모임인 'MEJ'의 멤버로 매주 수요일마다 한에스더, 별, 자두, 린, 션 등 동료들과 함께 철야예배를 갖는다. 스스로 통제하기 힘들 때 기도가 큰 힘이 된다고.

한 시간 대화를 나누며 느낀 그녀는 무대 위 길건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였다. 말 한마디에도 공손함과 겸손함을 보이고, 질문에는 신중하게 답했다. 섹시한 이미지의 길건은 그저 무대 위의 한 단면일 뿐 그녀는 여전히 서글서글하고 순박한 경상도 아가씨였다.

대경대학교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작성일: 2006년 1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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