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 하나가 대한민국을 시청자의 마음까지 바꾸는 세상이다. 시청자들은 가공된 드라마에 감정이입돼 웃고 울지만, '휴먼 다큐멘터리'나 '이웃사랑 희망프로젝트' 같은 봉사와 나눔을 다룬 사람냄새 물씬 묻어있는 TV 프로그램을 접할 때면 더없이 가슴 졸이고 오랫동안 쌓아둔 돼지저금통의 동전도 마다않고 꺼내놓는다.
김병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 녹화 장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떠들거나 들썩거림이 없다. 객석에 앉아있는 방청객들도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웃 얘기에 가슴아파하고, 진행자도 그 분위기에 담겨있다.
한 시간 가량 녹화를 끝내고 김병찬이 객석으로와 옆에 앉는다. 정확한 발음과 목소리 톤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게 많아요. 사회 캠페인이 되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모금액이 쌓여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작은 보탬이 되고 있으니 진행자로서 보람이 많이 느껴요. 진실은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적시고 울리나 봐요. 어려운 살림을 하면서도 기꺼이 이웃을 위해 마음을 담아주시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내 자신을 한참을 돌아보게 되요. 너무 고맙죠."
김병찬의 근검절약 생활과 나눔을 실천 한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제40회 저축의 날에는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으니 그의 저축관은 나눔을 실천하는 이웃사랑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절 보고 그래요. 돈은 쓰고 남아서 저축하는 게 아니라 저축해서 남은 돈을 쓰는 거라고요. 그래야 남도 돌아보게 되게 된다고 해요. 그 말씀을 되새기며 지금까지 실천하는 마음으로 수입에 30% 이상을 저축하고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봉사도 하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이 그렇다. 막상 많은 돈이 있더라도 남을 위해 내놓을 마음은 쉽게 생기질 않는 법이다.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남을만큼의 사랑과 희생, 눈물이 가슴에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얘기 도중에 그의 아들 (김기서·8)과 딸 (김비· 6)가 아빠의 손자락을 끌고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매주 애들 대리고 방송국에 나오려고 해요. 같이 있으면서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구나'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고 이런 좋은 프로그램 곁에 있으면서 놀면서 느끼는 것도 많은 것 같아 공부도 되는 것 같아서 자주 데리고 와요." 애들도 녹화장이나 대기실이 이제는 낮선 풍경이 아닌 듯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사실 녹화 전 부터 두 애들을 무릎에 앉히고 궁금 한거 묻는 말에 자상하게 일러주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하는 모습에서 참 가정적이구나 싶었다.
김병찬의 정치 관심도가 아직도 유효한가 물었다. "한동안 정치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나운서로서 자리를 지키려합니다. 사람마다 본분이 있다면 이제 그걸 지키는 게 맞죠." 그가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소문이 있어 물어본 말인데 솔직히 말해주니 재미가 없어졌다.
그는 1988년도에 안동 MBC에서 아나운서로 데뷔해 2년 후(1990년)에 공채 시험을 거쳐 KBS 아나운서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아나운서로 시청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의 금테 안경과 허스키하고 굵은 톤의 소리, 정확한 발음으로 내는 목소리는 이젠 동네 아저씨의 친근한 소리로 가까이 다가온다.
"젊어서 아나운서 생활은 사명감 때문에 무조건 달려갔지만, 이제는 표정으로 얘기하는 아나운서가 되려합니다." 표정으로 말을 하기위해서는 진실을 담지 않고서는 힘이 든다. "아나운서는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잃으면 안 됩니다. 지성과 교양미가 쌓여서 신뢰감을 담아내야 하는데 그걸 쌓고 지키기도 힘이 들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지키려고 합니다."
인터뷰 내내 김병찬과 객석 옆에 나란히 앉아 있어서 시선은 앞을 향한채 질문을 주고 받는동안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느새 가슴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둘의 시선은 다르지만 진실을 말하고 이해하는 사이에 다른 두 시선을 넘어 둘의 마음은 같은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녹화장안이 더 없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대경대학교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작성일: 2006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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