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스타토크] 아나운서 윤인구

입력 2007-08-07 17:18:54

청소년들한테는 '도전 골든벨' 아나운서로, 군인들한테는 '청춘 신고합니다' 진행자로 익숙한 아나운서 윤인구. KBS 아나운서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얼굴에 환한 빛을 발하고 있었고 검은색 정장으로 마감한 윗옷 사이로 보이는 빨간색 체크 넥타이가 돋보였다.

대뜸 여자 친구가 있는지 물었다. "빨리 장가를 가고 싶은데 너무 편안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쉽게 기회가 안온다. 애인이 있는것도 아니다. 좋은 사람 만나면 지금이라도 결혼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는 털털하고 수줍은 동네 총각 같다. '도전, 골든벨'이나 '청춘 신고합니다' 같은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의 풋풋함과 친근감, 소박한 웃음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2002년까지 진행한 도전 골든벨을 통해서 학생들한테 참 많은 것을 배웠어요. 골든벨을 울렸던 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지식은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것 같아요."

요즘은 KBS 1TV '청춘 신고합니다'를 진행하면서 매주 군복을 바꿔 입는다고 했다. "매주 전국의 군부대를 돌아다니면서 녹화를 하다보면 저도 장병들한테 기운을 얻습니다. 부대를 찾아갔는데 골든벨을 진행할 때 만난 학생들이 '형, 저 골든 벨 누구누구예요.' 하면서 인사를 해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래서 녹화 전에 골든벨 출연자가 있는지부터 챙겨봅니다."

윤인구가 아나운서로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KBS 2TV '연예가중계'를 통해서다. 그는 1997년 공채 아나운서 24기로 KBS에 입사했으니 올해로 9년차다. 이제는 수십 명의 후배를 거느린 중견 아나운서지만 아직도 풋풋한 신인 티가 묻어있다. 단점이 아닌가? "시청자들 중엔 아직도 제가 신인인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나운서에게 노련함도 중요하지만 신선함도 중요하거든요. 늘 신인 아나운서의 마음을 담고 노력하려고 해요."

그의 학력을 들여다보면 방송과 전혀 무관하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를 전공(91학번)하고 이 대학원에서 언론홍보를 마쳤지만 학창시절에는 집안 환경 탓인지 정치가나 외교관을 꿈꾸었다고 한다. 집안 내력을 보니 외교관을 꿈꾼 이유가 쉽게 납득된다. 그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내무장관, 대한국민당 당수를 지낸 동산 윤치영 선생. 윤보선 전 대통령이 그의 5촌 아저씨이다. 그래도 전공과 너무 무관하게 진로를 선택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그때 배운 것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실천하고 살 겁니다. 제 방송을 보면서 몸과 마음이 불편하신 분들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다면 그것도 넓은 의미에서 '사회복지' 아닌가요?"

문득 그의 별명이 궁금해졌다. "말하기 쑥스러운데요. 러닝셔츠예요." 순간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신고합니다 녹화를 할 땐데 갑자기 어디선가 '야 러닝셔츠(러닝구=run 인구) 좀 가져와!' 하는 거예요. 순간 저를 부르는가 싶어 휙 돌아보기까지 했다니까요. 제 별명이 소문날까봐 얼마나 가슴 조였는데요." 유난히 모음 조화가 잘 일어나는 이름이라 그를 잘 아는 분들은 아직도 그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한바탕 웃도난 뒤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그가 시계를 본다. "오늘 아나운서실 당직은 저거든요. 옷 갈아입고 다시 들어와서 사무실 지켜야죠." 그의 말을 들으면서 시골 언덕 조그마한 밭에 묻어있는 들꽃이 생각났다. 언제 어디서고 그리울때 찾아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게 아나운서 윤인구의 매력이었다.

대경대학교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작성일: 2006년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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