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스타토크] 혼성 3인조 거북이

입력 2007-08-07 17:19:28

최근 4집 앨범 타이틀곡 '비행기'로 하늘을 훨훨 날고 있는 혼성 3인조 '거북이'를 만나기 위해 늦은 저녁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 M-NET 녹화장이 있는 동대문으로 향했다. 이날 길거리 리어카에서 음악 테입을 파는 아저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거북이의 '비행기'노래를 일제히 틀어댔다. 청계천의 물줄기도 그 소리에 추임새를 넣고 쉼없이 흐르고 흘러, 절정의 분위기를 이뤄내며 동대문 주변을 흔들었다.

녹화장 건물 뒤쪽에 임시로 만든 출연자 대기실로 들어가니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36·본명 임성훈)이 들어서고 그 뒤로 금비(24·본명 손연옥)와 지이(26·이지희)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일단 터틀맨의 건강 상태부터 물었다. 그는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대며 "병은 얻었지만 동생들한테 큰 사랑을 얻어서 빨리 회복된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해 4월 노래를 부르다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음의 문턱을 몇 차례나 넘긴 그다. 아직도 지방 장거리 공연을 떠날때면 챙겨야하는 약만 해도 수 십 가지가 되고, 현재 가슴에 보형물을 다섯 개를 장착하고 있어 평생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무대에서 보여주는 그의 힘은 대단하다. "노래 때문에 산거라고 생각해요. 병실에 누워 있으면서 머릿속으로 다양한 멜로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때마다 기억해두고 적어두고 마음 속으로 쌓아둬서 만든 게 비행기예요. 죽는다는 생각보다는 늘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날 일으켜 세운 것 같아요." 그가 병마와 싸우는 힘겨운 시간속 에서 만든 노래 '비행기'는 온·오프라인 가요차트에서 5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고, 아직도 식을 줄 모르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거북이의 노랫말과 멜로디는 어딘지 모르게 정겹고 편하다. 2002년도 데뷔곡 '시계'부터 '왜그래', '빙고',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가 입에 휘감긴다. "우리가 좋아서 부르는 노래보다는 대중들이 좋아하고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누구나 노래를 듣고 흥겨워하고 기분 좋아질 수 있는게 대중음악이죠." 거북이의 음악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역할 분담도 철저하다. 대부분의 앨범 수록곡 작사와 작곡은 터틀맨이 하고, 랩은 지이가, 안무와 보컬은 금비가 맡는다. 옆에서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던 지이가 분위기를 거들고 나온다. "수 많은 댄스그룹들이 있지만 대중들을 속이는 가수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외부 전문가에게서 곡을 받고 가사를 지어달라고 한 적도 있지만 그런 건 누가 부르던 똑 같다고 생각해요. 될 수 있는 대로 우리 팀의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직접 만들어서 전달하려고 노력하는거예요. 넘 편안하게 불러서 탈이죠 뭐." 이 말에 막내 금비가 "언니, 우리는 노래도 편안하고 외모도 편안하잖아."라며 웃는다.

세 명 다 다른 동작, 다른 표정을 하고 있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과 정겨움은 닮아있다. 이들은 그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서로에 대해 더 없는 소중함을 느꼈다고 한다.

"오빠가 입원해 있는 동안 둘이 오빠 소변도 받고 옷도 갈아입히고 하면서 무언의 대화를 많이 하게 됐어요. 오빠가 건강을 회복하면 정말 음악에만 미치서 살겠다고…. 음악에 모든 것을 걸겠으니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간절히 기도했어요."라고 말하는 지이. 그 말을 듣는 둘은 갑자기 숙연해지더니 터틀맨이 "덤으로 또는 동생들 때문에 얻은 새로운 인생, 앞으로 음악에만 전면하고 살 겁니다."한다.

"파란 하늘 향해 훨훨 날아가겠죠. 어려서 꿈꾸었던 비행기 타고 기다리는 동안 아무 말도 못해요 내 생각 말 할 순 없어요~~" 그들이 부르는 노랫말 소리에서 더틀맨이 죽음의 문턱에서 얼마나 힘들고 힘겨운 싸움을 하며 세상으로 나오고 싶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셋이 한마음이 된 동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경대학교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작성일: 2006년 0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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