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와 호환성 최적화 최대 걸림돌
"윈도XP로 다운그레이드해 주세요."
최근 큰마음먹고 최신 컴퓨터를 산 P씨(35)는 컴퓨터를 들고 판매점을 다시 찾았다. 새로 산 컴퓨터에 깔린 운영체제(OS)인 윈도 비스타를 지우고 윈도XP를 깔기 위해서였다. P씨가 운영체제 다운그레이드를 결심한 것은 비스타를 설치한 컴퓨터를 사용해 보니 홈뱅킹에 에러가 발생하고 일부 온라인 게임이 실행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 비스타를 출시한 지 반 년여가 지났다. 비스타는 윈도95 이후 MS가 가장 큰 야심을 갖고 출시한 운영체제다. MS는 지난 1월 출시된 이후 비스타가 100일 만에 4천만 개 팔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비스타는 윈도XP를 대체할 기색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PC 업그레이드 특수를 일으킬 거라는 MS의 기대도 빗나갔다. 매일신문 홈페이지(www.imaeil.com)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운영체제를 분석해 보니, XP 사용자들이 85.46%를 차지한 반면 비스타 사용자는 2.54%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C를 새로 사면서도 운영체제는 XP를 깔아달라고 요청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대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 전자관의 컴퓨터점 관계자는 "데스크톱 컴퓨터를 산 손님 가운데 70~80%가 비스타를 지우고 XP를 깔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형 PC제조업체들도 새 PC를 사는 고객들에게 수수료 3만 원을 받고 비스타 대신 XP를 설치해 주고 있다. 이들 제조업체들은 나중에 다시 비스타를 설치하려면 새로 정품을 사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 같은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비스타의 시중 구입가는 30만 원 정도다.
강화된 보안성과 화려한 인터페이스, 뛰어난 파일 검색 기능 등으로 무장한 비스타가 아직 XP를 대체해 나가지 못하는 것은 각종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 홈뱅킹, 온라인 게임 등과의 호환성 및 최적화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XP에서 비스타로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소비자들이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비스타가 MS 역대 운영체제 가운데 실패작으로 꼽히는 윈도Me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2000년 하반기 출시된 Me는 당시 기존의 주력 운영체제였던 윈도98SE와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최근 미국의 PC제조업체인 에이서의 지안프란코 란시 사장은 "비스타가 PC 판매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역대 윈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낮아질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비스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모든 운영체제의 발매 직후엔 드라이브 및 응용프로그램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초기 구입을 미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스타의 실패는 성급한 판단인 듯하다. 비스타의 성공 여부는 올 연말 이후 판가름날 것 같다. MS가 기존의 문제점을 보강한 비스타 서비스 팩(SP1)을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비스타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MS의 차기 운영체제 개발 일정도 발표됐다. 최근 MS는 비스타의 후속 모델인 '윈도7'(코드네임 '비엔나')을 2010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윈도 비스타의 장·단점
장점
-화려한 인터페이스
-빠른 파일 검색 기능
-강화된 보안 기능
단점
-고사양 요구
-일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부족
-홈뱅킹·쇼핑 사이트 이용 불가 사례 발생
■윈도 비스타를 구동하려면
△MS사가 발표한 최저 사양
-800Mhz 이상 CPU
-512MB 이상의 메모리
-다이렉트X 9 호환 그래픽 카드
△원활하게 비스타를 구동할 수 있는 사양
-3.2Ghz급 CPU(인텔 기준)
-1GB 이상의 메모리
-그래픽 카드 7600 계열 이상(nVidia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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