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통합신당' 출범…이합집산 한국 정당史

입력 2007-08-06 10:20:11

'실패한 '100년 정당'의 재출현인가, 선거 때만 되면 생겨나는 '하루살이' 정당인가'.

범여권 통합을 목표로 한다지만 '반쪽통합'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신당)이 5일 창당됐다. '신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을 하면 1963년 정당법 제정 이후 123번째 정당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6월 27일 창당된 '중도통합민주당'이 121번째였고 현재 국제녹색당이 122번째 정당 등록신청을 한 상태이다. 60년에 불과한 우리 헌정사로 봐서는 엄청나게 높은 생산성(?)이다.

신당은 지난달 24일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출발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미래'와 '창조'라는 단어는 떨어져나갔다. 신당의 정체성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 당명으로 뚜렷이 각인시킬 수 있는 호소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범여권이 지고(至高)의 가치로 내세워온 '진보'라는 단어는 없다는 점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빚어낸, '진보'에 대한 국민의 염증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신당'은 자신들의 실패를 가리기 위해 화려한 수사로 분칠을 한 정치인들의 야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당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영국의 정치학자 에드먼드 버크의 "합치된 노력으로 국가적 이익을 증진시기키 위해 모두가 동의하는 어떤 특정원칙에 근거해 뭉친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사는 이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다. '국가적 이익'보다는 '자기 정파의 이익'이 우선했고 '어떤 특정원칙'보다는 '정치적 계산'이 먼저였으며 '사람들의 집합체'이긴 했지만 '1인 지배체제'였다.

지난 63년 이후 지금까지 생겨난 정당 중 102개가 소멸했다. 평균수명은 3년 정도밖에 안 된다. 10년을 넘긴 정당은 민주공화당(17년5개월), 신민당(11년1개월), 자유민주연합(10년9개월) 3개 뿐이다. 민주공화당의 최장수 기록도 당 자체의 생명력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편승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정확한 지적이다.

우리 정당사가 이렇게 정파적 이해에 따른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보니 고비마다 걸출한(?) '신당 제조기술자'가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DJ는 5공 당시 민정당 2중대로 불렸던 신한민주당에서 통일민주당(87년 5월), 평화민주당(87년 11월), 신민주연합당(91년 4월), 통합민주당(91년 9월), 새정치국민회의(95년 9월), 새천년민주당(2000년 1월) 등 수많은 정당을 짓고 부수며 현란한 신당 제조술을 과시했다. 5일 출범할 '신당'도 사실상 DJ의 막후 연출에 따른 것이고 보면 '노장'의 실력은 여전한 셈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역시 신한민주당에서 통일민주당, 다시 민정당·통일민주당 YS계열·신민주공화당의 합당인 민자당, 신한국당 등의 창당을 통해 DJ 못지 않은 테크닉을 보여줬다.

이러한 신당 제조기술의 전통은 신진 정치인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6일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한 의원 23명 중 19명은 중도개혁통합신당(5월 7일), 중도통합민주당(6월 27일),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대통합민주신당, 7월 24일)으로 6개월 만에 4번이나 당적을 바꾸는 진기록을 남겼다. 변신도 이보다 더 화려한 변신은 없어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창당하면서 '100년 정당'을 자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3년 8개월 만에 군소정당으로의 전락이다. 앞으로도 집단탈당이 더 있을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공중분해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신당' 창당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범여권 대통합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신당'이 우리 정치발전에 어떤 역할과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정경훈기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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