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업체도 '정전 공포' 예외없다

입력 2007-08-04 10:23:57

삼성전자 기흥공장이 3일 정전으로 인한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중단으로 수 천억 원의 직·간접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 제조업체 및 기업·기관들도 정전사태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업체들이 주축인 지역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자가발전기 등 정전 대비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정전사태때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계공구업체인 한국OSG(주)의 경우 사내 온라인 네트워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마련했지만 생산 라인에는 정전에 대한 별다른 대비시스템이 없다. 정승진 기획팀 상무는 "최근에 전력 공급이 원활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도 "정전이 발생했을 땐 생산라인이 설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제품불량이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가끔 순간 정전이 발생해 자체발전기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했다는 것.

기계설비업체인 (주)IDH도 정전에 대한 대비책이 거의 없는 상태. 김중순 관리팀 계장은 "지난해 정전으로 전산서버가 멈추는 바람에 자료가 없어져 큰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자료를 백업시켜 놓아 복구는 했다는 것.

섬유업체도 정전으로 인해 피해가 잦다. 박호생 (주)성안 부사장은 "섬유 생산의 여러 공정 가운데 정전이 생기면 원사업체의 피해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원사의 경우 1초당 뽑아내는 실의 양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정전의 피해가 크다는 것. 박 부사장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자체 관리 부재로 변압기가 터지는 등의 요인으로 사고가 한 번씩 일어난다."고 했다.

염색도 정전이 발생하면 피해가 만만찮다. 5차례 이상의 공정이 이어지기 때문에 공정중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 모든 라인을 멈출 수밖에 없고 이전 섬유는 모두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것. 대구·경북염색조합 관계자는 "염색 과정에서 온도나 시간 등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정전은 치명적"이라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대형 유통업체들도 정전사고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유통업체들은 정전사고시 신선식품 등의 피해가 크고 소비자 신뢰도에 먹칠을 할 수 있어 비상조치반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는 대구권 점포들에 정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 9명의 비상조치반을 운영하면서 자가발전기를 매달 2차례씩 수동으로 작동하고 분기별로 부하테스트도 실시하고 있다. 동아백화점도 전기팀 6명과 설비팀 6명 등 모두 12명이 항상 대기 중이다.

김석기 한국전력 남대구지점 배전운영실 실장은 "정전시 대처할 수 있는 기본장비인 자가발전기가 워낙 고가인데다 인식 부족으로 이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 업체들은 거의 없어 정전에 무척 취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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