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해부학교실

입력 2007-08-02 07:22:47

의대 본과 1학년 때의 해부학실습을 떠올리면 지하에 위치한 실습실, 기분 나쁜 철문소리, 눈물샘을 자극하던 포르말린 냄새와 파헤쳐진 카데바(해부실습용 사체)의 망가진 모습이 생각난다. 카데바를 보면서 이 사람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상상도 해보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신성함에 대해 숙연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고달픈 중노동과 땡시험의 긴장감이 더 각인된 듯 하다.

이 영화에서는 해부학실습을 소재로 해 선혈낭자한 살인과 죽음의 공포를 보여준다. 의지할 데 없는 귀머거리 창녀를 실험대상으로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냉혹한 이미지의 의사와 돈만 밝히는 병원장을 악의 축으로 등장시킨다. 아버지가 장의사였던 탓에 일찌기 사체에 대해 경험이 많았던 기범(오태경)을 시체기호증(necrophilia)이라는 병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뭔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한다거나, 정신과 환자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예측불가능한 끔찍한 살인마로 등장시키는 것은 이 영화의 한계라고 본다. 특정집단에 대한 편견은 공포영화의 정서순화적인 기능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공포영화는 사회문화적 현재를 잘 반영하는 장르라고 한다. 최근 개봉된 몇 편의 공포영화에 나타난 의사의 이미지나 정신과 환자에 대한 표현은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들에 대한 고정된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공포영화를 즐기는 것일까. 공포는 끔찍하고 피하고 싶지만 때론 호기심이 발동하고 즐기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끝까지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포감을 느끼면 여러 신체 반응이 생긴다.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고 어지럽다. 설사가 나거나 온몸이 떨린다. 팔다리가 싸늘해지며 토할 것 같고 소변이 마렵다. 공포감이 들면 대개 교감신경이 항진된 징후가 나타나지만 한가지 예외가 있다. 다량의 피나 시신 손상 등의 상해형 공포증은 다른 공포증과 달리 오히려 혈압이 많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근육이완보다는 긴장시켜주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공포감 해소에 많이 이용되는 교감신경차단제나 청심환은 당연히 피하는 것이 좋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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