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서숙희
빈집,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혼자 적막을 흩는 뼈만 남은 시계추
아득히 물러난 가구들이 낡은 유물 같은 하루
천천히 열려오는 가지런한 마음귀에
화분 속 하얀 뿌리가 성성하게 자라는 소리
모처럼 살아 있음이 참 가볍다는, 이 느낌
빈집인데, 무언가에 온통 뒤덮여 있는 느낌입니다. 햇볕인가 하면 그늘이고, 그늘인가 하면 햇볕인 그것. 뼈만 남은 시계추가 흔들리면서 흩는 적막. 남은 것이 뼈라면, 이미 풍화되고 없는 살은 곧 시간일 테지요.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그 살 속으로 열린 길을 무작정 따라갈 수 있었나 봅니다.
어디선가 놋종 소리라도 들릴 듯한 휴일, 한낮. 가구들마저 아득히 물러난, 그런 하릴없는 침잠 속에 천천히 열려오는 마음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화분 속 하얀 뿌리가 자라는 소리까지 다 보는 그런 마음귀. 소리를 '듣는' 것이 겉귀라면, 소리를 '보는' 것은 속귀인가요?
마음이 마음을 잡아당기는 한낮, 휴일. 가파른 마음의 한쪽 귀퉁이가 툭 터집니다. 그 틈을 비집고 또 다른 마음 하나가 쑥 불거져 나옵니다. 모처럼 살아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거시에서 미시에 이르는 존재의 자각이 새삼 무게를 다 버리는, 이 느낌!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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