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아파트 경비원들의 역습

입력 2007-08-01 10:23:25

"퇴직금 중간 정산 탈법" 집단 청구소송 준비 잇따라

최저임금법 적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비원들을 무더기 해고한 아파트에 '퇴직금 청구 소송'이라는 해고 후폭풍이 닥칠 조짐이 생겨나고 있다. 해고된 경비원들이 '대구 아파트마다 관례화돼 있는 퇴직금 중간 정산은 탈법'이라며 퇴직금 청구 집단 소송으로 맞서려는 것. 아파트 측은 노동청 지침에 따른 적법한 중간 정산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경비원들에게 유리한 법원 판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적용을 앞둔 지난해 말 해고된 대구 동구 A아파트의 전 경비원 32명은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퇴직금 청구 소송을 대구지법에 냈다. 근무하는 동안 1년치 퇴직금을 12분의 1로 나눠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한 것은 탈법이라며 8천800만 원의 별도 퇴직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것.

현재 A아파트 측은 법원이 요청한 해명 자료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아파트 측은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것은 맞지만 근로계약서에 중간 정산금을 매월 분할해 지급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며 "노동청 지침에 따른 적법한 중간 정산으로, 경비원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비원들이 승소한 법원 판례도 없지 않다. 수원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과 지난해 6월 아파트 경비원들이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장래의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의 사전 정산은 근로자의 퇴직금 청구권을 침해하는 탈법행위'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같은 퇴직금 청구 소송은 대구 아파트 전체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해고 이후 장기 실직으로 고통받고 있는 경비원들에겐 생계가 걸린 일이기 때문.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대구의 거의 모든 아파트가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고 있다."며 "동구의 다른 아파트 2곳에서도 해고 경비원들의 소송 준비가 한창인데, 만일 아파트가 패소한다면 해고당한 대구 및 전국 경비원 전체가 추가 소송에 동참할 여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아파트 사랑 시민연대에 따르면 대구의 해고 경비원들은 70개 아파트, 1천200명 안팎이다.

문제는 아파트가 패소하면 모든 피해가 결국 입주민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 소송에서 질 경우 A아파트가 부담해야 하는 퇴직금은 가구당 12만 원이다. 또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영하지 않고 용역회사에 위탁하는 아파트라 하더라도 용역회사가 아파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

신기락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철저한 준비 없이 무리하게 시행한 최저임금법 적용에 근본 원인이 있다."며 "당국의 제도 보완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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