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진로 상담을 받으러 왔다. 장래 희망이 의사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 찾아왔다고 했다. 학교생활과 공부가 즐거운지 등을 물었다.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고 했다. 또 질문이 없느냐고 묻자, 자기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의사가 적성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래에 성공하려면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고 했다. 간혹 가슴이 터질 정도로 답답한 때가 있어 힘이 든다고도 했다.
좋은 의사, 병원 경영에 성공하는 의사가 되려면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과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을 스스로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의사도 서비스업 종사자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서비스 정신을 기르지 않으면 실력이 뛰어난 의사라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예방과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을 것이다. 치료보다는 의사와 대화하고 상담하며 위로받길 원하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실력은 기본이고 사람을 설득하고 감화시킬 수 있는 섬세한 감성이 최종적인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고객들은 상품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감동을 받아야 가까이 다가간다. 사람을 가까이 다가오게 하려면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고 친절하고 겸손해야 한다. 가식이 사라지고 알맹이만 남는 시대가 이미 도래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을 하여야 한다. 젊은 날 전공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는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라고 말했다. 자연 과학도가 인문학적 교양과 예술적 감성을 가질 때, 인문·사회과학도가 자연 과학의 주요 흐름을 이해하고, 그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이 학생은 공부는 잘 하고 있으니 더 강조할 필요가 없었다. F.베이컨의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기지 있는 사람을 만들고, 작문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과 함께 몇 권의 책을 추천해 주었다. 가슴 속의 답답함은 여행으로 치유될 것 같았다. 여행의 진정한 기쁨은 새롭게 접하는 경치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가 주는 즐거운 기분이다. 출발할 때의 가슴 설레는 기대와 밤의 휴식이 주는 평화와 내적 충만함은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긴 대화를 요약하며 운동과 독서, 비록 짧지만 여행을 해 보라는 충고를 했다. 학생의 눈은 반짝거렸지만 어머니는 다소 못 마땅한 표정이었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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