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럼] 96 런던의정서와 우리의 대응

입력 2007-07-31 07:24:43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많다. 그러나 일부 폐기물의 해양투기는 합법적이며 아주 많이 애용되고 있다.

1988년부터 포항 동쪽 '동해병' 지역과 울산 남동쪽 해역인 '동해정' 등 동해 2곳과 군산 서쪽 '서해병' 등 3곳이 해양처분 허용지역으로 지정된 뒤 지난 15년간 투기된 폐기물도 10배 이상 증가돼 2005년 한 해에만 축산분뇨, 폐수 및 하수 슬러지, 음식물 폐수 등 모두 993만t의 폐기물을 처분했다.

해양처분된 폐기물로 인해 처분해역의 오염도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동해의 붉은 대게(일명 홍게) 서식지에 각종 폐기물 검출로 어민들의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해양처분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에서 유독성 중금속과 생식독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물질인 PCB가 상당량 검출되기도 했다.

해양투기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한 국제협력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데, 1972년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런던협약)이 체결됐다. 이 협약은 1996년 더욱 강화된 개념의 '96의정서'로 대체됐다.

'96의정서'에 따라 폐기물 해양배출 시 '육상처리가 불가능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해양생태계 등에 해가 없고, 양도 최소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해양처분에 의존하던 축산분뇨와 하폐수슬러지, 음식폐기물의 처리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이들 폐기물을 해양처분이 아닌 육상에서 처분하는 대안으로는 소각처리와 육상매립 등을 들 수 있으나, 소각처리 비용은 단위 t당 2만 5천 원 정도인 해양처분비용의 3~5배에 이른다. 또 처리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육상 직매립은 현행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정부는 '96의정서'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1단계로 해양처분 허용품목을 14종에서 9종으로 줄였고, 중금속 등 해양오염 가능성이 높은 하수슬러지 및 축산폐수는 2011년까지 원칙적으로 투기를 금지할 예정이며 총 해양처분 양을 2005년 기준대비 50% 이하로 감축할 예정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경우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지역에서 배출돼 해양처분된 폐기물이 하루 평균 각각 1천392t/일(대구)과 608t/일(경북) 이며, 비용은 하루 약 3천500만 원과 1천500만 원에 달한다. 해양처분되던 이들 폐기물을 소각처리할 경우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합쳐 하루 2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로 소요되는 소각시설 증설비용은 4천억 원 이상이다.

'96런던의정서'의 발효에 따라 향후 이루어질 해양투기 금지에 대처하고 값비싼 소각처리의 대안으로서 대구시는 음식폐기물을 하수처리장에서 유기산으로 발효시킨 후 하수 내 질소제거를 위한 미생물의 먹이로 활용하고 있다. 또 하루 350t 정도 발생하는 하수슬러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액상화하여 슬러지의 발생량을 감소시킨 후 최종적으로 발생된 슬러지는 흙과 유사한 형태로 고체화하여 복토재료로 재활용하는 대책을 수립한 뒤 시행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 같은 대구시의 발 빠른 행보는 우리나라 지자체 중에서 처음으로서 매우 바람직한 대응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해양처분돼 온 축산분뇨와 슬러지의 처리대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소각이지만, 또 다른 대안기술로서 재활용 및 자원화기술에 대한 관심도 매우 뜨겁다. 축산분뇨의 경우 미생물 발효를 통한 대체에너지 생산이나 유기질 및 액체 비료의 생산, 하폐수 슬러지는 건조하거나 숯으로 바꿔 보조에너지로 활용하거나 건축재료로 활용하는 방안, 매립지의 복토용 재료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96런던의정서'의 발효로 인해 엄청난 액수의 경제적 비용부담이 유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적극 대처함으로써 환경후진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기술개발의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또한 투기해역의 오염으로 인한 우리 먹을거리 수산물의 오염과 국민위생의 저해를 줄이고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96런던의정서'를 비준한 26개국 이외의 국가도 앞으로는 런던의정서에 가입할 수밖에 없고, 이들 국가 역시 우리가 겪는 일련의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기술들을 필요로 할 것이고 우리는 후발 국가들에 우리의 선진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96런던의정서'의 발효와 비준이 우리에게는 경제적 부담이자 분명 또 다른 기회일 것이다.

전관수 영남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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