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돋보기-EBS TV '시대의 초상' 고은 편

입력 2007-07-31 07:36:28

투옥·출가·환속…고은 시인 인생 역정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한국 문학의 대표 주자 고은. 그의 이름은 유럽의 세계문학전집과 세계시인전집 목록에 올라있고 시집은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돼 17개 나라에서 읽힌다. 가수 양희은이 불러 유명한 노래 '세노야'의 노랫말도 고은의 시.

EBS '시대의 초상'은 31일 오후 10시 50분 고은과의 인터뷰를 방송한다.

군산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 하루 십리 길을 걸어다녔던 고은은 길에서 우연히 '한하운 시초'를 줍게 된다. 당시 나병 시인으로 유명했던 한하운 시인의 시집을 읽고 "밤새도록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이후 시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때가 1949년으로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고은은 "'나도 한하운처럼 문둥병에 걸려야겠다.', '손가락이 떨어져나가고 발가락이 썩어서 떨어져 나가고, 그 다음에 떠돌다가 한하운처럼 시 몇 편을 써야겠다.' 이렇게 결심했다."고 회상한다.

한국 전쟁 당시 피란을 다니며 문학의 은사를 만나 하루에도 10여 편씩 습작을 했던 그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로서의 고통과 죄의식이 '죽음'에 매달리게 했다."고 고백한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보고 작가의 사회적, 역사적 책무를 절감했다는 그는 군사독재시절 네 차례 구속 수감됐다. 그러다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하기도 하는 등 그는 한국현대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2004년 결성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이사장을 맡아 현재 민족공통어사전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 중인 그는 "우리 민족에게 통일이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의 문화적 고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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