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님이 침묵하는 시대의 노래-한용운의 <독자에게>

입력 2007-07-31 07: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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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문학기행의 여정은 길고 멀다. 홍성 한용운 생가를 거쳐 남당항을 지나 무창포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공주 우금치 기념탑, 부여 부소산성, 신동엽 시비, 신동엽 생가, 마지막으로 옥천 정지용 생가를 둘러오는 여정이다. 대구에서 먼 곳이라서 일정이 다소 버겁더라도 모두 들르기로 했다.

토요일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오후 2시에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공주에서 홍성으로 가는 지방도로를 택했다. 정말 멀다. 그의 시비는 홍성에 둘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홍성 읍내에서 광천으로 3㎞ 정도 나가다 보면 교도소 지난 길 옆 언덕에 동상과 함께 '님의 침묵'을 새긴 시비, 홍성 읍내 남산 공원에 '알 수 없어요'를 새긴 시비가 바로 그것이다. 만해 한용운의 생가는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에 있다.

만해 생가는 문학사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작가들의 생가터, 또는 생가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과는 다소 다르다. 주차장부터 새롭게 조성되어 아주 넓다. 왼편에는 관리사무소가 있는데 초가로 지어져서 이채롭다.

관리사무소 오른쪽으로 가면 싸릿대 울타리로 복원된 만해 선생의 생가가 나타난다. 생가는 초가지붕을 얹었으며 방 2칸, 부엌 1칸으로 되어 있고 한용운이란 문패가 걸려있어 생전의 만해께서 마치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댓돌이며 툇마루, 부엌의 사기그릇이 한없이 정겹다. 부엌에도 장작이 있어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고 무쇠 솥도 걸려 있다. 우물이 있는데 두레박으로 물을 퍼서 사용하였던 것 같다. 장독대를 돌아 집 뒤 야산 언덕배기를 올려보면 적송과 조릿대가 자란다. 부엌 옆은 장작을 쌓아두는 헛간이고 사랑방 옆은 절구통과 맷돌이 보관된 헛간이 있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바로 그런 모습이어서 정겹게 느껴졌다. 슬쩍 방안을 기웃거리자니 만해의 영정과 앉은뱅이책상 하나가 쓸쓸히 방랑자를 맞아준다. 만해의 가 슬며시 떠올랐다. 비록 설악산 오세암은 아니지만 만해의 마음이 다르지는 않았으리라.

'독자여 나는 시인으로 여러분의 앞에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 여러분이 나의 시를 읽을 때에 나를 슬퍼하고 스스로 슬퍼할 줄을 압니다. / 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 그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이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겠습니다. //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설악산의 무거운 그림자는 엷어 갑니다. /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붓을 던집니다.'(한용운, 전문)

언덕 위에는 만해사당이 건립되어 있었다. 안에는 만해의 영정이 있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절을 올렸다. 사당 밖에는 배롱나무가 빨간 꽃을 매달고 있었고 잘 정돈된 사당은 보기가 좋다. 사당 앞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무척 아름답다.

한준희(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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