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행정" 정종승 경북노동委 위원장

입력 2007-07-30 07:21:13

비정규직 차별 시정 전국 첫 접수 주목

최근 노동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비정규직법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 시정 제도를 골자로 한 이 법의 시행으로 노사 간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비정규직법의 파고 속에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시정 신청이 접수된 탓이다.

각계의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정종승(45)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첫 사례라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선례가 없는 만큼 비교 대상이 없고 부담이 적다는 뜻이다. 정 위원장은 "차별시정 적용사업장이 맞는지와 실제로 부당한 처우를 받았는지 여부, 합리적인 차별인지 여부 등에 대한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서둘러 차별시정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전국 노동관련 부처의 기관장 가운데 최연소다. 노동부의 국장급 간부보다도 젊다. '젊은 혈기에 좌충우돌하는 것 아니냐.', '낙하산 인사나 다름없다.'는 구설도 돌았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이 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자신했다. "역량평가 등 노동부의 5단계에 걸친 실기와 면접을 모두 통과했습니다. 만약 낙하산 인사라면 노동부 고위 공무원을 보내는 것이 마땅했겠죠. 법과 양심,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심판과 조정을 해나가면서 우려를 잠재울 겁니다."

정 위원장은 자신을 '경계인'이라고 했다. 노동운동가로 19년을 일하다, 5년 전부터 노동행정에 몸담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사회학과에 진학했던 정 위원장은 1983년 민주화운동을 하다 제적을 당했다. 이듬해 경기 부천의 한 공장에 위장 취업하는 등 노동운동을 하다 3차례나 구속을 당했다. 이후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과 대우그룹 노조협의회에서 일했고 2000년에는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에서 기획국장과 정책실장을 맡기도 했다. 노동운동가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일대 변신을 한 건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 노동부문 상근자문위원을 맡으면서부터. 이후 대통령비서실 노동고용정책비서관실 행정관과 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을 거치며 노동행정을 경험했다.

하지만 요즘 경북지노위 앞에는 연일 지노위의 심판에 반발하는 민주노총의 시위가 잇따른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정 위원장이 노동운동 세력으로부터 규탄받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셈. "노동운동을 할 때는 무언가를 요구하고 주장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떻게'라는 부분은 정부에 숙제로 던져줬죠. 이 때문에 객관적, 현실적인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노동행정은 엄밀한 책임이 따르고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노동계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노동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이 약점이 되지는 않을까. 정 위원장은 "약점이자 강점."이라고 했다. 사용자로서는 편향적이 아니냐는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말이 통한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것.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구조조정이나 해고 등 노사 간의 갈등의 소지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노사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갈등이 축적되면 서로에게 고통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비정규직 차별 시정 문제는 경북 지노위의 가장 큰 업무 중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비정규직 차별 시정 적용 사업장이 200여 곳이나 된다. 내년부터 적용사업장이 근로자 100인 이상으로 확대되면 차별 시정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정 위원장은 "가장 좋은 방향은 차별시정위원회에 아예 접수가 안되는 것"이라고 했다. 사업주 스스로 현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대구노동청과 북부지청 등 유관 기관들과 함께 현장에서 홍보활동을 펼칠 계획도 세웠다. 정 위원장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위원회를 탈피할 것"이라고 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노사 간에 타협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정서비스를 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노사 문제 뿐만 아니라 지역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는데도 지노위가 가진 노하우와 인적자원을 이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정 위원장은 "지노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일자리,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노사 갈등을 줄이고 합리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도록 돕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각계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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