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韓國 축구

입력 2007-07-28 10:44:19

경영학에 'X이론'과 'Y이론'이 있다. 1960년대 미국의 경영학자 맥그리거가 내세운 가설이다. 즉 X이론은 인간은 본래 노동을 싫어하고, 경제적인 동기에 의해서만 노동을 하며 명령'지시 받은 일밖에는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 이 가설에 따르면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엄격한 감독, 상세한 명령과 지시, 하부 조직에 대한 강력한 지배력 등이 요구된다.

반면 Y이론은 인간은 자기의 능력을 스스로 발휘함으로써 자기실현을 바라고 있다고 본다. 즉 인간은 타인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의사결정에 조직구성원을 광범하게 참여시키고, 엄격한 관리 대신 부하가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고 상사는 그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식의 관리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동양적 경영방법인 Z이론, 이면우 교수가 주장한 신바람 경영의 W이론 등이 나와 있지만 오래된 X, Y이론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한국 축구 때문이다. '월드컵 4강'이 아시안컵에서 지리멸렬한 경기를 펼치자 베어벡 감독의 '부드러운 관리 기법'이 또 도마에 오른 것.

학교에서 '사랑의 매'가 없어진 지 오래됐고, 생산현장에서조차 '권위'가 없어지면서 개인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한국은 누가 봐도 Y이론의 모범적인 신봉자가 아닌가. 그런데도 국민들은 유독 축구에서만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감독을 원하고 있다.

그것은 강력한 지도자가 좋은 성적을 낸 전례 때문이기도 하다. 박종환 축구는 기계같이 움직이는 '세트 플레이'로 1983년 청소년 4강의 신화를 달성했고 히딩크 감독은 잔재주보다는 체력과 실력, 그리고 권위에 거부하는 선수를 과감히 배제함으로써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 내한한 맨U팀의 경기를 보면 선수나 감독 모두가 그렇게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도 아주 효율적인 축구를 했으니 한국 축구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나.

경영학에서 X이론은 Y이론에 비해 다소 후진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맥그리거도 "Y이론이 선호되는 모델이지만 운용되는 데에는 문제점이 많다"고 했다. 승부의 세계, 거기에는 어떤 이론이 적용되는가. 두말할 것 없이 이기는 쪽의 모델이 곧 정답일 수밖에 없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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