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질 사태, 긴장 늦춰선 안 된다

입력 2007-07-28 10:44:55

아프가니스탄에서 22명의 한국인이 탈레반군에 인질로 억류된지도 10일째다. 현지의 피랍자들도, 이곳의 우리 국민도 모두 피마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대통령 특사로 급파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아프간 정부 고위층과의 면담에 이어 28일 카르자이 대통령을 만나는 백 특사의 활동에 22명의 운명이 걸려 있다할만큼 중요하다. 탈레반 죄수 석방이 아프간 단독으로 해결하기 힘든 복잡한 문제이기는 하나 아프간 대통령 설득 여부가 피랍자 석방에 중요한 첫 단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 정부도 인질'수감자 맞교환 문제로 엄청난 고민에 빠져있을 것이다. 탈레반 소탕 전쟁의 주축을 이루는 미군과 나토(NATO)군 위주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동의를 얻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로선 左顧右眄(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이번 석방 교섭에서 확실한 진전이 없을 경우 자칫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어떤 수단방법을 써서라도 아프간 대통령을 설득하고 아울러 미국 등 對(대) 테러 전쟁 관련국들의 지원'협조도 얻어내야 한다. 탈레반측에도 이슬람의 관용정신을 들어 설득해야 한다. 아프간 정부와 동맹국, 탈레반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명분도 세워주고 인질 석방 목적도 이루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배형규 목사는 안타깝게도 희생되고 말았지만 나머지 22명은 하루 빨리 데려오는 것이 우리의 최대 목적이다. 이 상황에서 제일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피랍자들의 건강 악화 우려다. 해발 2000m의 산악지대, 일교차가 15~20℃에 이르는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극도의 공포 속에서 견디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가슴도 찢어질듯 아프다.

다행히 몇몇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탈레반측이 우리측 대통령 특사 파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다. 여성 피랍자 일부는 民家(민가)로 옮겨져 보호받고 있고, 한국 의약품과 생필품 전달도 추진되고 있다. 인질 모두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잘 견뎌줄 것을 당부드린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 死地(사지)에 있는 22명의 조속한 귀환을 위해 정부는 더욱 긴장된 자세로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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