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과일 vs 연저찜…당신의 선택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보양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위가 한창인 요즘 삼계탕과 보신탕, 장어 식당 등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이런 것 말고 내 몸에 딱 맞는 특별한 보양식은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의사와 요리연구가의 여름 보양식은 뭔가 남다를 것 같다. 틀에 박힌 보양식이 아닌 상식을 파괴한 보양식을 즐기는 그들의 식탁을 엿봤다.
▶제철과일이 최고의 보양식
윤원찬(40·윤내과 원장) 씨는 수년 전부터 여름이라고 해서 따로 보신탕이나 삼계탕, 추어탕, 장어 등은 먹지 않는다.
"예전에는 여름이면 삼계탕과 보신탕 등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앉아서 진료하기 때문에 저녁 때까지 소화를 하지 못해 거북하기만 하더군요."
대신 윤 씨는 4, 5년 전부터 샐러드와 제철과일을 보양식으로 애용한다. 식사 대용으로 하기도 하고 식사와 겸해서 먹기도 한다. 아침은 밥과 토마토, 양상추 등 야채샐러드 반 접시를 먹는다. 점심에는 참외, 복숭아와 함께 챙겨간 도시락을 애용한다. 저녁에는 밥과 수박 한두 쪽, 참외 반 개, 복숭아 1개를 먹는다. 과일을 먹는 요령도 있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찬 과일이 아니라 상온에서 두고 먹는다. 너무 찬 과일은 속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윤 씨는 "과일을 보양식으로 먹으면서 예전보다 활력이 더 넘치는 것 같다."면서 "속이 편하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비타민을 섭취하기 때문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마다 자신에게 맞는 보양식을 찾아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량이 적은 사무직 직장인에게 보신탕과 삼계탕은 너무 고칼로리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일 등 상식에 벗어난 것도 보양식으로 권할 만하다."면서 "삼계탕을 먹는다면 껍질은 먹지 말고, 장어는 기름을 제거한 뒤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보양탕을 먹을 경우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보양식은 득이 아니라 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보양식 만들어요
전통요리연구가 김숙란(57) 씨는 여름이면 전통음식을 새롭게 변형해 식탁에 올린다. 김 씨는 "보신탕, 삼계탕 등 사람들이 주로 찾는 보양식도 좋지만 제철에 나는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요즘 식탁에 주로 올리는 메뉴는 흔히 먹을 수 있는 칡순을 넣은 삼계탕이다. 칡순을 봄에 뜯어 말렸다가 황기와 대추, 밤, 호두를 넣고 끓여 만든다. 칡은 감기에도 좋지만 숙취에도 좋고 수험생의 건강증진에도 좋다는 것이다. 김 씨는 "아들(29)이 고3이었을 때 해먹였더니 피로감도 덜 느끼고 정신도 맑아졌다고 하더라."고 했다. 또 찹쌀과 흑미, 대추, 밤으로 만든 대추찰주먹밥도 여름에 자주 만들어 먹는다.
딸(22)은 연근약차밥을 좋아한다. 구기자와 녹차물에 쌀을 담근 뒤 은행, 밤, 대추, 호두를 연근에 넣어 쪄서 만든다. 머리도 맑아지고 다이어트 효과가 있기 때문에 딸이 제일 좋아한다.
남편(61)에게는 연저찜을 보양식으로 만들어준다. 예부터 임금이 보양식으로 즐겨 먹던 음식이다. 예전에는 어린 돼지로 요리했지만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통삼겹살을 이용한다. 통삼겹살과 인삼, 대추, 밤, 호두, 은행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울릉도에서 나는 명이나물에 고기를 싸서 먹으면 느끼한 맛이 없기 때문에 개운하다. 술안주로 적당한 데다 가족끼리 간식으로도 좋다.
김 씨는 "우리의 전통요리를 주부들이 번거롭고 어렵게 생각한다."면서 "옛날처럼 동일하게 재현하는 것은 어렵지만 제철에 나는 채소를 이용해 요리한다면 여름을 거뜬하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 보양식 즐기면 여름 잘난다?…많이 먹으면 스태미나 꽝!
보양식을 즐기는 이유는? 무더위를 이기고 여름을 잘 나기 위해서다. 복날에 맞춰 이런 음식을 먹어두는 것이 뭔가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여름 동안 보양식을 먹어 두면 강한 스태미너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방재선 대구시 한의사회 홍보이사의 도움말로 보양식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봤다.
▶보신탕·삼계탕=개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보신탕은 한방에서는 오장육부를 튼튼히 하고 남성의 양기를 북돋우는 식품으로 꼽히며 여성이 먹으면 배, 허리, 무릎이 따뜻해지고 냉·대하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닭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삼계탕은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 된다. 닭고기에는 메치오닌을 비롯한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새 살을 돋게 하는데 효과가 있으며 닭 날개 부위에 많은 뮤신은 성장을 촉진하고 성기능과 운동기능을 증진시키며 단백질의 흡수력을 높여준다.
▶과식은 금물=보양식을 지나치게 탐닉하면 도리어 비만, 동맥경화 등 만성 퇴행성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며, 특히 40대 이후의 중년층은 고지방, 고콜레스테롤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 또 필요 이상의 단백질은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몸에서 열만 발산시키며 대사과정에서도 칼슘만 축내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여름에 포식할 정도로의 보양식을 과식하는 것보다는 고른 식사와 더불어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과 꾸준한 운동이 오히려 좋다.
▶매실과 오미자=여름에 좋은 음료는 매실과 오미자다. 새콤한 성질을 가진 매실과 오미자는 먹으면 입안에서 침이 괴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땀을 흘려 부족해진 진액을 보충해주고 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매실은 배가 아파서 고생할 때 조청처럼 만들어 한두 숟가락 먹으면 좋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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