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이서국의 칼, 지다' 펴낸 정완식

입력 2007-07-28 07:42:31

"경치와 소싸움에 반했으니 첫 장편 배경 자연스레 청도"

이서국이라고 있었다.

지금의 청도군 이서면, 화양읍 일대에 존재한 삼한 소국(小國)의 하나. 신라와 전쟁을 치렀지만 불가항력으로 AD 4,5세기에 복속된 부족국가다. 이서국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 나왔다.

소설가 정완식(43) 씨의 '이서국의 칼, 지다'(대한 펴냄)는 철기문명을 기반으로 한 이서국이 서라벌(신라)에 의해 멸망하는 몇 년간의 이야기다.

"집단지도체제의 신라가 내부 모순을 딛고 제련 기술이 뛰어난 이서국과 철광석이 풍부한 우시산국(울산), 거칠산국(동래)을 병합해 힘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서국의 근거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짤막한 기록과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미추왕 죽엽군 설화, 지리지 등에 전해지는 고지리 고증뿐이다. 말 그대로 '잃어버린 왕국'이다.

소설은 이를 바탕으로 신라의 장군이 된 이서국의 망명 무사가 이서국 정벌에 나서며 형제를 죽여야 하는 모순을 그리고 있다. "저 세상에서 만나면 업어 달라."는 동생의 말에서 낙엽처럼 사라져간 왕국의 비극이 잘 묻어난다. 정 씨는 "형제지만 통합을 위해 죽일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고대국가의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비파형 동검, 소싸움, 철제 환도, 풍각 차산농악, 감꽃과 같은 고대 이서국의 소재가 등장한다. 지배층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칼의 명맥을 끊는 것을 한탄하며 청도의 명검을 씨를 못 맺는 청도의 감꽃에 비유하고 있다.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정 씨는 2003년 계간 서울문학에 '요즘도 두견새가 울까?'로 등단했다. 친구의 아들을 위해 사기꾼이 된 한 대구 사나이를 그린 '삼류를 위하여' 등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장편은 '이서국의 칼, 지다'가 첫 작품. 현재 소싸움을 소재로 한 '십우도'를 서울문학에 연재하고 있다.

현재 구미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그에게 '혹시 청도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사실 소설 전업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원받은 적이 없다."며 "청도가 아름답고, 또 한국인의 강하고 아름다운 역동성을 상징하는 소싸움에 매료된 것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하소설도 집필할 꿈도 가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대구·경북의 근현대사를 집약한 대하소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2권. 각권 250여 쪽. 각권 9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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