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소비전력 21%가 '바람의 여신'
덴마크는 바람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세계적인 선두주자다. 4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는 북해와 발틱해에서 불어오는 풍부한 바람 자원을 활용해 1979년 세계 최초로 풍력에너지에 의한 전기를 생산했다. 그로부터 27년 후 덴마크는 전체 소비전력량의 21%를 바람에서 얻어쓰고 있다.
이웃나라 독일도 세계 풍력발전의 최강국으로 우뚝 섰다. 2006년 현재 독일 전역에는 1만 8천685개(전체용량 20.6GW)의 풍력발전기가 돌며 총 3만여G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 풍력전기의 3분의 1에 해당하고, 전 세계 풍력발전기 설치량의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더 이상 바람개비를 꽂을 땅이 없는 것. 그래서 이들은 눈길을 바다로 돌렸다. 바람이 세고 고르며 입지난을 더는 동시에, 대형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젠 바닷바람이다.
코펜하겐에서 남쪽으로 150㎞를 달려 다다른 니스테드 해상풍력단지(Nysted offshore windfarm). 발틱해의 쪽빛 바다와 하늘이 인상적인 이곳은 배를 타고 조금만 나서면 깜짝 놀랄 만한 진풍경이 펼쳐진다. 바다 위에 열병하듯 줄지어 서있는 수십 개의 새하얀색 바람개비 때문이다.
다음으로 놀랄 만한 일은 발전기의 엄청난 덩치다. 멀리서는 조그만 바람개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또 한 번 화들짝 놀란다. 바다 위에 서있는 풍력발전기의 높이는 무려 110m. 타워 높이만도 70m에 이르고 날개(블레이드) 길이는 41m에 달한다. 무게도 만만치 않다. 날개 하나 무게만 10t을 넘는 풍력발전기 한 개의 총 무게는 무려 2천45t. 처음으로 이곳을 찾은 이방인에게는 '어떻게 이런 시설이 바다 위에 떠 있을 수 있을까.'하는 감탄만 나온다.
24㎢ 넓이의 바다에 풍력발전기 9개가 8줄로 서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바다 위 발전소다. 발전기 한 개의 용량은 2.3MW로 전체 73개의 바람개비가 만들어내는 총 발전량은 165.6MW에 달한다.
해상풍력단지 관계자는 "2003년 완공된 이곳 73개의 발전기가 덴마크 가정 14만 5천 가구가 한 해에 쓰는 전력량에 해당하는 연간 60만MWh의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힘만으로 말이다."며 "순수 바람만으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할 때와 비교해 연간 50만t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는 100% 무공해 발전단지"라고 자랑했다.
또 덴마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도 가지고 있다. 2002년 북해에 완공된 호른스 레브 I(Horns Rev I) 해상풍력단지에는 2MW 발전용량의 풍력발전기 80개가 수심 6~14m 아래에 설치돼 있다. 각 풍력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단지 승압시설을 거친 뒤 총 21㎞의 해저송전망을 통해 육지로 전달된다.
풍력발전을 연구하는 덴마크 국립리소연구소 욜겐 레밍 상임고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풍력발전에 눈을 뜬 덴마크에서는 요즘 해상풍력발전이 새로운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북해와 발틱해에 해상풍력단지가 8곳 있으며, 이곳에 설치된 총 발전용량 423MW의 풍력발전기가 연간 149만M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풍력전기량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는 독일도 최근 들어 해상풍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브레머하븐에 5MW급 해상풍력발전기 2개를 시험하고 있는 독일은 내년부터 엠덴시 앞바다인 북해 보쿰웨스트(Borkum West) 지역에 해상풍력시범단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5MW 용량의 풍력발전기 12개를 설치, 해상풍력 시대를 열겠다는 것.
브레머하븐 시험사이트 게리트 뤼셈 현장책임자는 "독일에는 이미 바람 좋은 곳은 풍차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바다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까지 독일정부로부터 허가가 난 해상풍력발전기 용량만 600MW에 이르고, 올 연말에는 독일 풍력업체인 에너콘(Enercon)이 세계 최초로 8MW 용량의 풍력발전기를 생산해 바다에 설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스 ◆왜 해상풍력인가
바다에 육중한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데는 육지에 설치하는 것보다 두 배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유럽 각국이 바다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뭘까? 독일처럼 육상에는 이미 풍력발전기가 포화 상태에 이른 점도 있지만 바람의 질이 가장 큰 이유다.
바다는 육지보다 바람이 강해 육상풍력단지보다 1.5~2배의 전력을 생산한다. 바다에는 산이나 나무, 건물 등 바람을 막는 방해물이 전혀 없어 바람이 더 자주 불고 세기도 강하기 때문이다. 비싼 설치비는 몇 년 간의 전력생산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을 유럽 각국은 하고 있다. 또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거세게 반대할 주민들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바닷바람을 이용한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바람이 좋은 제주에 160억 원을 들여 2009년 10월까지 해상풍력실증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해상에 2MW급 풍력발전기 2개와 기상탑을 설치해 실증실험을 하겠다는 것.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풍력기술개발사업단 경남호 단장은 "우리나라는 협소한 국토, 높은 인구밀도 등으로 육상풍력은 제한이 많지만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부지확보나 주거환경에 문제가 없고 풍속도 육지보다 빨라 해상풍력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경 단장은 "2020년 국내 전력수요는 2000년 전력수요의 4배인 46만 3천GWh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우리나라가 계획하고 있는 44㎢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2020년까지 건설될 경우 전체 전력의 12%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덴마크 니스테드에서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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