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 1분 1초

입력 2007-07-25 11:38:01

요술할멈의 도움으로 왕자가 주최하는 무도회에 간 신데렐라는 자정을 알리는 종이 12번 치기 전에 무도회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시간을 놓칠 경우 예쁜 드레스는 원래의 누더기 옷으로 바뀌고, 화려한 마차는 호박으로, 말은 생쥐로 되돌아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우리 국민 모두에게 '밤 11시 30분'이 운명의 시간처럼 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활동 떠난 23명 젊은이들을 납치한 탈레반이 4차례나 협상 시한을 연장하며 매번 제시한 최종 시한이 바로 그 시간이다.

잠자리에 들거나 늦은 밤참의 유혹에 시달리는 정도의 평범한 이 시간이 이토록 다른 의미로 다가올 줄이야. 평소와 달리 시계의 초침소리는 왜 그리 크며, 그 움직임은 어찌 그리 쏜살같은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체감 시간의 길이와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좋은 사람과는 1시간도 1초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반면 싫은 사람과는 1초도 몇 시간인 양 지루하다. 이번 일도 그렇다. 데드 라인인 밤 11시 30분까지는 1분 1초가 그토록 빠르지만 24시간씩 연장될 때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희소식을 기다리는 절박감에 시간은 한층 더디 가는 듯하다.

인간관계 경영에 뛰어난 혜안을 가졌던 데일 카네기(1888~1955)는 1초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 1초 정도의 짧은 말에서 인생의 가슴 설렘을 느끼게 된다./ '고맙습니다.' 이 1초 정도의 짧은 말에서 사람의 부드러움을 알게 된다. /'힘내세요.' 이 1초 정도의 짧은 말에서 사람들은 용기를 되살린다./ '축하합니다.' 이 1초 정도의 짧은 말에서 사람들의 주위는 행복이 넘친다./ '안녕히 계세요.' 이 1초 정도의 짧은 말이 일생을 헤어지게 하는 때가 있다./ 1초에 기쁘고, 1초에 눈물 흘리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러니 1초를 더욱 열심히…."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이 때때로 당연하지 않은 것이 돼 버리곤 한다. 내 것이라 믿었던 건강, 지위, 명성, 富(부), 가족, 친구…. 그런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한 어머니가 피랍된 딸을 향해 울먹이며 말했다. "…건강하게 돌아오면 우리 맛있는 것 사먹자…." 사소한 일상의 기억들이 지금 그 가족들에겐 너무도 절절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지금 우리를 애태우게 하는 1분 1초가 곧 행복과 감사의 1분 1초로 바꾸어지기를….

논설위원 sirius@msne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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