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시아에서는 남편을 따라 죽는 여성이 미화되던 때가 있었다. 중국 明'淸(명'청) 시대에 특히 성행했던 미망인의 殉節(순절) 풍습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왜곡된 烈女(열녀) 의식은 朝鮮(조선) 시대 이 땅에도 그대로 전해져 열녀문의 존재 이유가 됐다.
인도에도 미망인의 焚死(분사)를 의미하는 사티(sati) 풍습이 있다. 죽은 남편을 화장할 때 아내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죽는 악습이다. 인도 민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은 아내가 남편을 뒤따라 죽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왔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미망인을 강제적으로 불길 속으로 떠미는가 하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미망인을 방관하기도 했다.
힌두 사회에서 미망인은 남편을 죽게 한 사람, 불행을 가져오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 때문에 식사는 하루에 한 번만 해야 하고, 잠도 바닥에서 자야 하며, 멋을 부려서도 안 되며, 심지어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미망인을 금방 알아보고 피할 수 있게끔 삭발하기도 했다.
명'청 및 조선의 여성 순절 관습은 왕조의 운명과 함께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으나 인도에선 1987년의 사티 금지법에도 불구, 새천년에 들어선 지금도 그 잔재가 남아 있다.
시대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인도 여성들은 男尊女卑(남존여비)의 그늘에서 힘겹게 살고 있다. 지난날의 악습인 결혼지참금 문제는 1961년 이후 법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여성의 족쇄가 되고 있으며, 힌두 가정의 여성들에겐 재산상속권이 없고, 과부는 재혼이 금지된다. 많은 남성들이 아직도 여성을 소유물로 여긴다.
이런 인도에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21일 제 13대 인도 대통령에 당선된 프라티바 파틸(73)은 변호사'시민운동가로 활동했으며, 45년간 정계에 몸담아온 사람이다. 인도 대통령이 의전적인 국가원수이긴 하나 軍(군) 통수권을 갖고 있는 점에서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결혼 이후에도 남편 姓(성)을 따르지 않을 만큼 주체 의식이 강한데다 주지사 시절 '개종금지법'이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수차례 거부한 것 등 강단있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돼 있다. 파틸 대통령이 11억 7천만 인구 대국 인도를 어떻게 요리해 나갈지 주목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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