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경매는 없다."
동일한 제품이 아니라면 모든 물건은 경매가 가능하다. 부동산을 비롯해 농수산물, 축산물 등은 동일한 제품이 없기 때문에 경매를 통해 가격이 매겨진다. 경매를 통해 보다 싼 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중고자동차, 애완견, 진열상품 등 경매를 통해 살 수 있는 물건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중고자동차 경매
지난 12일 오후 3시.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대구자동차경매장. 매주 화·목요일 중고자동차경매가 열린다. 이날 출품된 차량은 50여 대. 경매현황판에 출품번호, 연식, 가격 등이 표시된다. 경매사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는 말과 함께 차량이 소개된다. 스크린에는 차량의 사진과 성능점검표가 나온다. 사람들은 응찰기를 누른다. 전광판의 가격 숫자가 올라간다. 인기있는 차종은 경쟁이 치열하다. 낙찰되면 현황판이 번쩍이면서 음향효과음이 울린다. 가격은 보통 3만 원 단위로 올라간다. 50여 대의 경매가 진행되는데 30분 정도 걸렸다.
자동차경매는 중고차 매매상인들을 대상으로 경매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차량출품은 일반인들도 가능하다. 중고자동차매매상사들은 회원제로 참가한다. 김남열 동서자동차상사 대표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멀리 가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살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면서 "경쟁을 통하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높지만 구입하기 위해 다니는 경비를 고려하면 오히려 이득"이라고 말했다.
경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량은 신차에 가까운 중고차로 낙찰률이 가장 높다. 중고차 매매상인들이 주대상이긴 하지만 일반인도 차량을 출품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희망가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비해 참여 상사가 50개 정도 늘었고, 차량을 출품하는 사람도 작년에 비해 10% 증가했다. 경매장을 통하면 소비자들은 제값을 받고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고,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손쉽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자동차경매장은 대형스크린을 통해 차량과 검사표를 보여주고 경매시스템에 연결된 응찰기를 누르는 전자 영상경매방식을 채택, 신속하게 경매가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박희동 대구자동차경매장 이사는 "일반인의 경우 경매장에 차량을 출품할 경우 희망가를 너무 높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오히려 희망가가 낮으면 경쟁을 유도해 낙찰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성태근 대구자동차경매장 대표는 "일본에서는 대부분 중고차경매장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중고차 상사 또는 신차 영업소에 중고차를 판매했던 소비자들이 서서히 경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등 중고차 판매 방식이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완견 경매
대구시 중구 남문시장에 위치한 대구 애견경매장에서는 매주 목요일 한 차례 경매가 이뤄진다. 애완견 경매는 일반인들이 아닌 애견업체들이 대상이다. 애견농장주들은 애완견을 판매하고 애견업체는 이곳에서 필요한 애견을 구입할 수 있다. 경매장에 공급되는 강아지들은 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다.
강순화(53·여) '복실이 애견' 주인은 "매주 3~5마리의 강아지를 경매장에서 구입한다."면서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가 많기 때문에 선별해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 마케팅
건설 및 유통업계에서도 경매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화성산업은 지난달 대구시 북구 팔달동 화성파크드림 모델하우스에서 디스플레이 용품 경매를 실시했다. 경매품목은 전시된 품목으로 침대, 가구, 탁자 등 총 100여 점. 진열상품이지만 정상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백화점에서도 가전제품 등을 싼 값에 파는 경매행사를 자주 열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매달 침대, 가구, 가전제품 등 진열상품을 대상으로 경매행사를 실시한다. 고객이 가격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제일 높은 가격을 적어내면 낙찰된다. 고객참여형 마케팅인데다 정상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는 것이 백화점 관계자의 얘기다.
▶경매의 역사=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신붓감을 경매로 매매했다고 한다. 그 후 악명 높은 노예상인도 경매를 이용했다. 하지만 근대적인 의미의 경매는 18세기 영국에서 확립됐다.
경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소더비와 크리스티이다. 소더비는 서적경매를 시작함으로써 경매의 원조를 자처한다. 하지만 소더비는 서적경매에만 매달림으로써 경매의 본가 자리를 크리스티에 넘겨주게 된다. 그래서 당연히 미술품 경매는 크리스티가 원조이다. 경매회사는 유럽에 300여 개, 미국에 300여 개 등 모두 600여 개의 경매회사가 있지만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79년 시작됐다.
경매방식도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과정을 겪어왔다. 단순한 수화에서부터 파들피딩이라는 패널을 드는 방식, 그리고 옥션장에 참가하지 않고도 경매에 참여하는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방식 등으로 진보하고 있다.
▶미술 경매=경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미술시장이다. 미술품 거래의 대표적 통로로서 투명한 미술품 가격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경매다. 지난 5월 15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발표된 현대미술 작품의 최고가가 두 번이나 경신됐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이노센트 X의 습작'이 5천270만 달러(489억 원)에 팔렸고,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 '화이트 센터'가 7천280만 달러(675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한국미술시장에서도 경매의 열기는 뜨겁다. 지난 5월 22일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개최된 '제106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서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가 45억 2천만 원에 낙찰,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지난 3월 7일 K옥션에서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이 수립한 25억 원이라는 최고낙찰가를 불과 두 달여 만에 경신한 것이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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