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여름방학, 산지식 배워요

입력 2007-07-21 15: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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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은 세상을 보는 시선을 키울 수 있다. 왼쪽부터 이정민. 김위나. 김상민 어린이.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다양한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은 세상을 보는 시선을 키울 수 있다. 왼쪽부터 이정민. 김위나. 김상민 어린이.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오늘부터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어린이들에게는 학교에 가지 않아 신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학부모들에겐 골치 아픈 시기이기도 하다. 서로 '윈윈하는' 지혜는 없을까?

경쟁시대에 방학이라고 어찌 놀 수만 있겠느냐마는 공부는 자녀들의 학습 정도에 따라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이번 방학에 학부모들은 이것 두 가지만이라도 확실히 해보자. 자녀들을 위해 방학 동안에 시간 관리 비결을 알도록 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시간관리 터득하게

학습 이전에 방학 동안 꼭 필요한 것은 시간관리다. 시간은 물과 같아서 여유 있다고 흥청망청 쓰다가는 언제 어떻게 한 달이 저만큼 꽁무니를 칠지 모른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은 어려울 따름이다. 시간을 어떻게 조절하고 값어치 있게 쓸 건가를 어릴 때부터 터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시간 관리 프로그램으로는 일기가 좋지만, 방학 끝나기 전에 벼락치기하는 게 일기 숙제다. 그러다 보니 일기가 힘들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제목만 적는 것도 괜찮다. 1일 단위로 기록하는 수첩에다 매일 시간 체크를 같이 해보는 거다.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등의 묘한 소리를 하면서 말이다.

▶다양한 체험 더 중요

학교생활은 아무래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지식을 가르치다 보니 지식을 체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방학은 그동안 배운 지식을 확인하는 체험이 중요하다.

체험은 책상에만 머물러 있던 몸을 건강하게 하고 답답한 마음을 시원스레 풀어주고 밝고 긍정적인 얼을 길러준다. 나 홀로 친척집 찾아가기 프로젝트나 지역 인접 군에서 시행하는 농촌체험들이 더없이 좋다. 녹색농촌마을이나 농촌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번 방학은 시간을 잘 관리해서 산지식을 얻게 되는 재미있고 다양한 체험을 하는 '체험방학'이 되도록 해보자.

방학 동안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세상을 체험하는 것도 방학이 안겨주는 축복 가운데 하나다. 체험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학 이래서 좋아요"란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위나(8·칠성초교 2년)

"대구 허브힐즈 물개조련 체험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무서워서 물개를 직접 만져보지는 못했지만 조련사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물개를 조련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김 양은 지난 겨울방학 때 아빠, 엄마, 남동생과 함께 다녀온 제주도 체험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찜질방도 재미있었고, 돌 밑에 사는 벌레를 구경한 것도 기억이 나요."

직접 우주에 가서 발견되지 않은 생물체를 발견하는 것이 김 양의 꿈. "방학을 하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아요. 또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어 방학이 더 즐거워요."

어릴 때 부모님들과 함께 자주 체험을 다녀왔다는 김 양은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재미있었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민(9·계성초교 3년)

"대구 달성습지 체험을 다녀왔는데요. 3급수여서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어요. 대신에 수련과 이끼, 물잠자리를 구경했지요. 물잠자리를 손으로 잡아보고 싶었는데 너무 빨라 못 잡았어요."

습지 체험에서 물을 깨끗하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게 김 군의 얘기다.

경기 수원에 있는 고모집에 가 고종사촌들과 함께 신나게 놀고, 대관령목장에서 양들에게 직접 먹이를 준 것도 재미있는 체험들이라고 김 군은 얘기했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가보지 못한 곳에 갈 수 있고,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는 방학이 즐거워요." 김 군은 인도네시아 발리, 싱가포르 등 해외 체험도 다녀왔다. "수영도 하고 축구도 했어요. 클럽 메드에서 열린 어린이연극에서 영어로 말한 것이 생각이 나요."

▶이정민(11·대구 효성초교 4년)

"충남 부여로 역사체험을 다녀온 게 제일 즐거웠어요. 옛날 사람들이 만든 토기를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남 남해에 있는 할머니댁에 가 사촌들과 함께 물놀이도 하고, 수박을 나눠먹은 것도 즐거운 체험이라고 얘기했다. 이 양은 "방학을 하면 여행을 가는 것이 가장 즐겁다."며 "이번 여름 방학에는 경남 산청에 있는 간디마을과 서울로 체험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겨울방학 때 학교에서 마련한 호주 어학연수도 잊을 수 없는 체험 중 하나다. "한 달 정도 호주 어린이들과 함께 통합수업을 했어요. 영어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어학연수 후 영어에 대한 재미가 붙었고, 실력도 늘었다는 게 이 양의 귀띔이다.

▶체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어린이들에게 체험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해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체험을 한 어린이와 그렇지 못한 어린이는 세상을 보는 시선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체험의 값어치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이다.

방학 때 어린이들과 함께 체험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는 학부모라면 체험에 어린이들을 '동참'시키는 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테마나 장소를 정하기보단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가는 경로를 직접 찾아보게 하거나 예산을 짜보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체험 자체도 중요하지만 가기까지의 과정을 즐기고, 부모와 공유하는 것이 체험의 효과를 더 거둘 수 있다.

관광하는 수준이 아닌 체험에 중점을 두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직접 만져보고,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체험을 한 뒤 아이들에게 체험 때 찍은 사진을 정리하게 하거나 짧은 글을 쓰게 하는 것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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