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베이워치 "수상안전 우리가 책임져요"

입력 2007-07-21 15: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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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월포해수욕장의 여성베이워치 박주향(사진 왼쪽)·박연정 씨가 해수욕장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해안 월포해수욕장의 여성베이워치 박주향(사진 왼쪽)·박연정 씨가 해수욕장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해수욕장 수상안전은 우리가 책임져요!"

"여성이라고 무시하거나 깔 볼 경우에는 큰 코 다칠 겁니다."

스무살의 앳된 여대생이지만 동해안 해수욕장 수상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연정(선린대 1년) 씨는 똑부러지게 말했다.

장마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햇살이 뜨거워지자 가까운 수영장이나 동해안 해수욕장이 그리워진다.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바다가 함께 하는 해수욕장은 최고의 휴가지. 수영에 익숙하든 혹은 '맥주병'이든 간에 1순위 휴가지는 바다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바닷가에서는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사고는 예기치않게 찾아오게 마련. 누구나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수상안전요원들의 제지를 받은 적이 한 두번은 있을 것이다. 하긴 얕은 바닷가에서 노는 것은 재미없다. 그래서 슬금슬금 깊은 곳으로 나가기 일쑤다. 혹은 친구들과 놀다가 한 사람을 들어 바닷물에 빠뜨리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 때 어김없이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 해수욕장에 베이워치(수상안전요원)들이다.

포항에서 7번국도를 따라 영덕 쪽으로 17km를 올라가면 월포해수욕장이 나온다. 7월초 개장한 이곳 해수욕장에는 2명의 여대생 수상안전요원 등 10여명의 안전요원이 있다. '한여름을 시원한 바다에서 보낼 수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운 시선으로 이들을 만났다.

'베이워치'로 일하고 있는 박연정 씨와 박주향(20) 씨는 인근 포항의 선린대 응급구조학과 1학년이다. 일종의 아르바이트지만 자원봉사 수준에 가깝다. "1학년이라서 지금 아니면 해볼 수 없다는 생각에 지원했어요. 또 평소 배운 공부를 이곳에서 실습할 수 있어서 왔어요." 이들은 같은 학과의 권용택·정지원 씨 등 동료들과 함께 해수욕장이 폐장할 때까지 이곳을 찾는 해수욕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응급구조학과에 다니고 있지만 1학년이라 수상안전구조요원 자격증을 따지는 못했다. 수영에는 능하지만 구조수영술인 '트러젠영법'을 HID요원들로부터 배우고 있는 중이다. 물론 수상안전요원으로 근무하기 전에 소방서에서 16시간의 각종 교육을 배웠다.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 등을 복습한 것이죠."

해수욕장이 개장한 지 10여일밖에 지나지않아 아직까지는 익수사고나 안전사고가 없었다. 그렇다고 게을리할 수는 없다.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는 1만여명이 이곳을 찾았지만 피크 때는 4만여 명이 몰리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차려야 한다.

"누군가 다치거나 물에 빠지면 가장 먼저 달려갈 겁니다. 물론 사고는 예방이 최선입니다." 처음에는 뭘해야할 지 몰라서 헤맸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박연정 씨는 "해수욕장을 순찰하면서 다닐 때 중고생들이 '언니 정말 멋있어요'라며 부러워할 때 뿌듯해서 어깨가 절로 꼿꼿해졌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간혹 여성이라고 무시하는 남자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반말투로 대할 때가 난감하다. 그렇다고 기가 죽지는 않는다. 오히려 낭패를 당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10여일 사이에 이들 여성베이워치들의 얼굴은 햇빛에 그을려 구릿빛으로 변했다. 이에 "어릴 때부터 '연탄'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까무잡잡했기 때문에 별 걱정은 안해요." 라며 "오히려 피부가 건강해보이고 섹시해보이지않나요?" 라고 반문하는 이들은 당당했다.

학교에서 이미 기본 인명구조술과 응급환자관리학, 생리학, 해부학, 외상학 등을 배운터라 이곳에서는 구조수영술만 익히면 된다.

"하는 만큼 보람을 느껴요. 또 친구가 다쳤을 때는 물론이고 해수욕장을 찾은 휴가객들이 다쳐도 우리가 보살펴줄 수 있으니까요."

비가 오거나 태풍주의보.경보가 내리면 베이워치에게도 휴가가 찾아온다. 그 때는 경찰이 해수욕장을 통제하기 때문에 안전요원들에게도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해수욕장의 여성안전요원들은 미래의 소방공무원과 대학병원의 응급의료센터 구조요원을 꿈꾼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것이 안전요원의 일이다.

◇ 해수욕장 안전수칙

여성베이워치들이 말하는 해수욕장 안전수칙은 다음과 같다.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다.

▷해수욕장에 와서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충분한 준비운동을 해야한다. 준비운동없이 갑자기 뛰어들 경우 심장마비 등을 조심해야 한다.

▷물놀이에 빠져서 깊은 곳으로 자꾸 들어가는데 반드시 부표가 설치된 안전선 안에서 놀아야 한다. 물론 안전요원들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에 들어갈 때는 혼자 들어가서는 안된다. 익수사고는 꼭 이럴 때 발생한다.

▷술을 마신 후에는 절대로 바닷물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심장마비와 저체온증을 조심해야 한다.

▷유아를 동반한 부모들의 경우, 안전요원들의 통제를 잘 따르지않는 경향이 많다. 얕은 바다라도 파도가 치면 아이가 쉽게 빠지기 때문에 항상 부모가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글·사진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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