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장수기업] ③나카무라야·치쿠요데이

입력 2007-07-20 09:21:40

크림빵·과자로만 160년째…한가지 맛 장어구이로 7대째 '한우물 경영\

▲ 일본에는 한 업종에만 전념하며 100년 이상의 역사를 키워온 장수기업들이 많다. (사진 위)크림빵의 원조 회사인 나카무라야 제과회사. (아래)일본 내 최고 장어구이 요리집으로 통하는 치쿠요데이.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 일본에는 한 업종에만 전념하며 100년 이상의 역사를 키워온 장수기업들이 많다. (사진 위)크림빵의 원조 회사인 나카무라야 제과회사. (아래)일본 내 최고 장어구이 요리집으로 통하는 치쿠요데이.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일본의 장수 기업은 대부분 '한우물 경영'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고객들의 소비 성향은 물론 기업 환경이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고 있지만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한 업종만 파고드는 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올해로 창업 106년째인 '나카무라야' 제과회사. 도쿄 시내 번화가인 신주쿠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크림빵'의 원조 회사다.

"현재 계약직 직원까지 포함하면 종업원 수가 2천500명이며 일본 내 제과업계에서 두 번째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회사 소개에 나선 대표 나가누마 마꼬도(53) 씨의 얼굴 표정에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차 보였다.

나카무라야사는 빵과 과자만 팔아 연매출이 4천억 원에 이르는 대기업이지만 창업 이후 100년 동안 이 회사는 단 한 번도 타업종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마꼬도 대표는 "신사업에 진출해 회사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끊임없는 품질 개선에 회사의 역량을 모아왔다."며 "수많은 동종 회사들이 사라졌지만 우리 회사가 100년의 역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고품질과 이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들의 신뢰"라고 밝혔다.

100개에 이른 직영 매장 외에 30여 곳에 이르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을 굳이 따진다면 신사업이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

나카무라야사는 일본 기업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특이한 경영 구조를 갖고 있다. 가족 경영이 아닌 사원 지주 회사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

"1965년도에 3대 사장이 적성에 맞지 않다며 주식을 팔고 나간 뒤 사원 지주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마꼬도 대표는 "사주가 바뀌고 매출액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한우물 경영'과 '사회 공헌'이라는 창업주의 두 가지 경영 이념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 나카무라야사는 사내에 별도 봉사 부서를 만들어 나무심기와 구호물품 제공, 저소득층 지원 등 다양한 사회 사업을 펴오고 있다.

도쿄 긴자 뒷골목에 위치한 장어 전문 요리집인 '치쿠요데이'.

일본 내 손꼽히는 장어 요리집인 이곳은 외식 사업이 시작된 에도 시기 말기 무렵 창업한 이후 130년 동안 한가지 소스로만 장어를 굽는 곳으로 유명하다.

6대 사장인 뱃부 카쯔미(60) 씨는 "관동대지진 때 주방장이 제일 먼저 소스 단지를 들고 뛰어들 정도로 맛에 대한 집착이 치쿠요데이의 명성을 지켜온 비결"이라며 "맛을 유지하기 위해 창업 이래 한 번도 소스 단지를 바꾼 적이 없다."고 했다.

동경 시내에 3개 체인점을 갖고 있는 치쿠요데이의 창업 이후 내려온 경영 철학은 세 가지.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과 어떤 고객이든 최선을 다해 접대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한다는 것.

장어구이 한 가지만 전문으로 하는 업소지만 대대로 내려온 경영 방식은 철저한 전문성을 원칙으로 한다.

가족 경영으로 6대째 사장직을 물려받아 왔지만 '사장' 명함을 달기가 그리 녹록치 않은 때문. 현재 사장인 카쯔미 씨는 대학 졸업 후 25세 때 주방 보조로 들어와 불과 3년 전에 사장 자리를 물려받았으며 7대 사장 후보인 아들(38)도 23세 때부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카쯔미 씨는 "저도 그랬지만 다른 요리집에서 3~5년 정도 보조일을 먼저 한 뒤 다시 치쿠요데이에 들어와 보조 생활을 시작하는 전통을 창업주 이후 이어오고 있다."며 "조리나 경리 등 100명에 이르는 종업원들도 부문별 관리자 지위에 오르기까지 오랜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치쿠요데이에서 조리장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통산 20년. 주방에 들어오면 고기펴는 데 3년, 꼬챙이에 고기 꽂는 일을 3년 배운 뒤 정식으로 장어를 구울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고 했다.

"고기를 펴는 두께와 꼬챙이의 간격에 따라 같은 소스라도 맛이 달라지며 한 가지 분야를 제대로 익히는 데 3년 정도 걸린다."는 것이 카쯔미 씨의 설명.

'욕심을 내지 말라'는 창업주의 유언에 따라 타업종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장어 구이' 한 가지에만 몰두해왔다는 카쯔미 씨는 "가게도 대를 이어 경영을 해오고 있지만 손님 중의 대부분도 대를 이어 찾아오는 단골들"이라고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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