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치킨·제빵업계 '트랜스지방 줄이기'
대구의 치킨, 제빵업계가 비만과 각종 암을 유발하는 트랜스지방 줄이기에 나섰다. 마가린 같은 유지를 고체, 반고체 상태로 가공할 때 생기는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치킨과 빵을 튀기지 않고 구워 내거나, 버터 등 친환경 원료를 쓰고 있는 것. 정부도 관련 업계의 트랜스지방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올해 말부터 트랜스지방 함유량 표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튀기지 않고 굽는다
'○○ 구운 치킨, ○○ 굽는 치킨, ○○ 굽네 치킨….' 이는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이 발달한 대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새로운 상호다. 튀기는 프라이드 대신 200~250℃의 오븐에 구워내는 것이 특징. 튀기지 않고 구우면 상대적으로 트랜스지방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들 프랜차이즈 업체가 급성장하고 있다. 달서구 용산동에서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고 있는 문대식(31) 씨는 "같은 가맹점이 벌써 6호점까지 생겼다."며 "건강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요즘 추세에 따라 굽는 치킨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20년째 제과업계에 몸담고 있는 박중철(40) 씨는 지난해부터 튀기지 않고 구워 내는 크로켓을 만들고 있다. 역시 트랜스지방 때문이다. 식용유는 트랜스지방과 별 관련이 없지만 소비자의 뿌리 깊은 불신을 생각해 오븐에 구워 내고 있다.
◆친환경 원료가 대세다
마가린보다 3배 이상 비싼 순 버터를 쓰고, 인공 효모 대신 건포도, 호밀, 무화과, 사과 등에서 자연 발효시킨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최원도 제과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은 "트랜스지방을 줄이려는 노력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470여 개의 대구 제과점 가운데 40% 정도가 아직까지 마가린을 쓰고 있지만 국내 마가린 생산업체 5곳 모두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큰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트랜스지방 줄이기
트랜스지방으로 인한 시장의 변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말부터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마가린, 마요네즈, 햄버거, 도넛, 피자, 파이, 쿠키, 수프, 튀김, 어묵 등 모든 제품에 걸쳐 트랜스지방 함유량 기준과 함유량 표시가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은 실태조사를 위해 5, 6월 두 달간 시내 베이커리 5곳, 극장 팝콘 판매점 5곳에 대해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파악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도 트랜스지방을 줄이지 않고 있는 업체들도 많아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다국적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널드' 경우 지난 2월 "트랜스지방이 과다 함유된 냉동감자를 교체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권고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있다. 또 트랜스지방이 적은 식물성 기름이 일반 제품보다 2, 3배 비싼 관계로 중소 업체와 동네 제빵·제과업체 경우 트랜스지방 줄이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트랜스지방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법 제정을 떠나 트랜스지방을 줄이지 않으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