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경북지회(회장 노계자) 소속 여성경제인 80여 명이 17일 북한 개성공업지구를 방문했다. 오전 3시에 대구에서 모여 대형버스 3대에 나누어 타고 갔다. 개성에 경제인 등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지만 여성경제인이 대규모로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문단의 면면은 노 회장을 비롯해 석정달 (주)명진 대표, 안종희 (주)한비론 대표, 최계희 (주)알코 대표, 우외태 유화페이퍼 대표, 박선영 (주)머스트 대표, 시은혜 법무사, 김한옥 세무사 등 다양했다. 연령도 40대에서 70대로 폭넓었다.
방문단은 개성이 대부분 초행이라고 했다. 개성에 대한 인식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개성 방문 경험이 있는 일행은 입경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문제다, 남북관계에 따라 분위기가 급변해 안정성이 없다, 기계가 고장나면 남한 기술자를 불러 고치는데 2, 3일이 걸린다'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북측 입경 심사를 마치자마자 먼발치에 개성공업지구가 펼쳐지자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문단을 맞은 김동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원 1천500여 명 가운데 230여 명이 대구·경북인이고, 서울 다음으로 회원이 많다."는 소개에 "대구·경북은 보수적이라 여성 경제인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놀랍다."고 말했다.
이날은 제헌절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사인 한철 개성공업지구관리소장 등 관계자들이 방문단을 환대했다. 개성이 북한 지역으로 공휴일도 북한에 따르기도 하지만 개성 투자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환대하는 듯했다.
현대아산, 한전 등 입주 기관을 방문하자 '대구경북 여성 경제인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전광판이 걸려 있었다. 일종의 귀빈 대우인 셈이다. 점심 식사 중 북측 접대원의 공연도 30여 분간 진행돼 남한 정부기관 관계자의 방문 때보다 훨씬 길다고 통일부 관계자가 귀띔했다. 오찬에 앞서 노계자 회장과 석정달 감사는 건배사를 통해 개성의 성공과 통일을 기원했다.
북측 직원 1천여 명을 고용한 시계제조사 (주)로만손과 800여 명을 고용한 의류제조업체 문창기업을 방문한 일행들은 제복을 입은 북측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에 신기해 했다. 또한 CEO답게 다양한 관심을 표명했다. 전기는 문제가 없느냐, 에너지는 무엇을 쓰느냐, 북측 직원들은 어디에 사느냐, 인터넷은 되느냐, 북측 직원들의 숙련도는 높으냐 등등.
6시간 남짓한 짧은 방문을 마친 방문단은 "생각보다 투자 여건이 좋다."며 "다음 공업용지 분양 때 투자를 검토해봐야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온라인게임과 웹솔루션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박선영 머스트 대표는 "인터넷만 된다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개성공업지구는 최근 1단계 165㏊ 공업용지를 134개 기업에 분양 완료했다. 경쟁률은 2.4대 1. 10%가 넘는 18㏊는 시범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이 추가 분양을 받았다. 낮은 용지 분양가(㎡당 46달러), 싼 임금(1인당 임금 월 80달러)에다 무엇보다 언어가 통하지 않은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말이 통한다는데 매력을 느끼는 기업이 많은 결과다. 게다가 여성이 대부분인 북한 직원들이 전원 고졸 이상 학력인데다 솜씨가 좋은 점도 매력이라고 공업지구 관계자가 설명했다.
김정수 통일부 협력기획관은 "통행·통관·통신 등 이른바 3통 문제를 해결하려 북한과 협상 중"이라며 "3통 문제가 해소되면 개성지구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부는 또 개성지구에 이어 신의주 등지에 제2, 제3의 공단을 만드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총 6천611㏊에 공업용지 2천645㏊, 배후단지 397㏊ 조성이 완료되면 2천여 개 기업이 입주하게 된다. 면적으로 창원시와 창원공단을 합친 크기인데 북한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개성공업지구 1개가 남한의 창원공단 10여 개와 맞먹는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공업지구 관계자들이 예측했다.
방문단들은 "개성에 와 보니 통일이 이미 된 것 같다.", "개성에서 통일의 가능성을 봤다."는 말들을 많이 했다. 김동근 위원장도 "개성은 통일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인력을 결합해 중국·베트남 등 후발 경쟁국을 이기려는 '개성의 꿈'은 남북관계 진전 여부에 따라 이뤄지는 날이 앞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분명한 것은 이날 대구·경북 여성 경제인들의 개성 방문으로 대구·경북 경제인들도 '개성의 꿈'을 함께 꾸게 될 것이라고 방문자들이 내다봤다. 노계자 회장은 "개성 방문 신청을 받은 결과 하루 만에 정원을 초과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며 "통일부와 협의해 2차 방문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개성에서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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