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인의 정체성] (하)21세기 대구·경북인像

입력 2007-07-16 09:57:26

전문가 좌담회

"대구·경북인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21세기 대구·경북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윤용희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와 김규원 경북대 사회과학대학장(사회학과), 이윤갑 계명대 한국학연구소장이 참석했고, 이재필 대구경북연구원 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이 인터뷰를 통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 소장=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다른 지역민과 구별되는 대구·경북인의 특성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 윤 교수= 대구·경북인의 특성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늦은 폐쇄성, 서열을 중시하는 장유유서의 정신, 그리고 실용적 학문보다는 내면 가치를 중시하는 학문에 더 비중을 두는 유교전통의 영향을 아직도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보수주의는 사고의 불평등주의와 물질적 가치의 경시, 관계에 있어서 폐쇄성 등으로 나타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 교수= 보수성과 폐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유학의 전통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근대화를 이끌었던 역사적 경험과 그 성과에 대한 자존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의사소통의 기술이 부족해서 내용보다 더 무뚝뚝한 느낌을 준다는 것도 보수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 이 교수= 인구이동과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한 지금에 와서 지역민 모두에게서 볼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수도권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으로서 변화에 대한 반응속도와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이미지를, 경북 일부 지역에서 유지되고 있는 유력가문의 영향력이 특징적으로 유교적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소장=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방화·정보화 시대에 대구·경북인의 특징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극복되어야 한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교수= 보수적·유교적이라는 선입견이 현재 대구·경북의 정체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대구·경북에 고유한 의식이나 지역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결국 대구·경북의 정체성은 앞으로 형성해 가야 하는 것입니다. 대구·경북에 남아있는 유교적 이미지가 오히려 지역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 그리고 주체성을 가진 시민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교수= 대구·경북인이 가지고 있는 자기중심성에다 세계적 안목이 갖추어진다면 대구·경북인은 개방적 마인드와 함께 자기영역에서 창의적인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변화는 본질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지속되어야 합니다.

▶윤 교수= '못 먹어도 고'라는 외골수 기질이 폐쇄적·보수적 기질로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가치에 대한 경시 또한 잠깐의 경제적 손해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믿는 길을 꾸준히 밀고 갈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결국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전략적 대응능력 부족이 대구·경북이 극복해야 할 내용입니다.

◇이 소장= 향후 대구·경북인이 가져야 할 정체성은 무엇이며, 그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 대구·경북인이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김 교수= 21세기는 변화의 시기입니다. 역사 속에서 대구·경북은 시대적 좌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1세기 대구·경북의 역할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창조적 지식도시의 역할이 바로 그것입니다.

▶윤 교수= 대구·경북인의 장점은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미련한 일일 수도 있지만, 자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가치와 내적가치를 중시하는 성향에 현실적 노력이 접목된다면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독특한 영역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 먼저 대구·경북의 주인으로서의 대구·경북인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대구·경북의 발전은 시혜나 특혜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성장을 위한 자기동력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어떠한 지원도 소모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소장= 이렇게 말씀을 듣고 보니 부정적인 이미지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21세기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1세기 대구·경북인상(像)이라는 주제에 맞춰 21세기 대구·경북인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 교수= 지역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 등 수도권과의 발전격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발전 역량을 갖추어 발전 전략의 결과물 하나하나가 생명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도와주고, 또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윤 교수= 자신의 분야를 고집하는 자세가 다른 분야를 경시하는 자세로 이어지고, 그것이 폐쇄적인 자세를 만들어 내기 쉽습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고집만큼 다른 사람의 분야를 함께 존중해 준다면 장유유서의 서열주의가 합리적으로 바뀌고 다른 분야를 인정하는 개방적 자세를 함께 가질 수 있습니다.

▶김 교수= 대구·경북의 역사를 살펴보면 의리를 중시하고, 올바름을 추구하는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고 이에 대한 자존심이 지역성으로 나타납니다. 21세기에는 이러한 자존심이 세계적 안목을 갖춘 자기중심성으로 전환되었으면 합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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