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지역문화의 산실로" 성주문화예술마을 최재우 촌장

입력 2007-07-16 07: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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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마야, 이라크 파병도 연장하니까 그나 지원해라, 월급도 마이 준다카던데…." (놀부)

"아주버님, 어떻게 동생을 사지로 몰아 넣습니꺼?" (흥부 처)

"그게 싫으마 지수 씨가 노래방에 도우미로 나가마 돈도 마이 벌끼구마!" (놀부)

장마가 끝나고 오랜만에 햇살을 드러낸 오후. 성주 금수문화예술마을 최재우(49) 촌장은 이곳에 터를 잡은 '연극촌 사람들'과 창작 탈춤 '저 놀부 두 손에 떡 들고' 연습에 몰입하고 있었다. 최 촌장이 연출을 맡고 있는 이 작품은 그가 이곳에 들어와 거둔 최대의 수확물이다.

판소리 흥부전을 각색한 '저 놀부…'는 탈을 쓰고 하는 춤극으로, 놀부와 흥부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기보다 놀부는 도시적·물질적·사업가 등으로, 흥부는 농촌적·혈연적·생산적인 인물로 다양하고 복잡한 성격으로 그리고 있다. 다음달 초 성주 성밖숲에서 열리는 민족극 한마당에서 공연한다.

최 촌장이 금수문화예술마을에 터를 잡은 것은 새 밀레니엄 시대를 열던 2000년. 당시 성주군이 폐교된 금수초교를 살려 창작스튜디오를 만들고 문화예술마을로 조성하자, 정태경·노병열 씨 등과 함께 창작활동을 벌이게 된 것. 당시 대구에서 예술마당 '솔'을 운영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최 촌장은 "작품을 만들고 창작에 전념할 목적으로 금수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다닌 학교에 외지인이 예술을 한다며 들어오니 반가울 리 없었겠지요."라며 "풍물패 공연 등 주민들과 함께하는 놀이, 행사 등을 통해 친교를 쌓아왔고 이젠 서로 별 탈없이 어울리게 됐다."고 했다.

이듬해 최 촌장은 전국 민족극 한마당 행사를 성밖숲에 유치하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12년 동안 대도시를 돌며 순회공연을 하던 민족극 한마당을 천연기념물인 왕버드나무 숲에서 막을 올리자, 출연진·관객 모두가 어우러졌다."고 했다. 결국 민족극 한마당 행사의 최적지로 꼽혀 계속 성주에서 행사를 열기로 했고, 이후 올해까지 7년째 이어오면서 여름철 지역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배우·연출진 등 관계자들이 공연을 끝낸 뒤 이곳 문화예술마을에 모여 공연에 대한 토론·뒷풀이를 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며 "민족극이 성주에 정착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자랑했다. 그 결과 그는 지난해 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 주관하는 제15회 민족예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는 올해 '성주 참외 축제'도 기획했다. 그동안 지역 특산물인 참외 홍보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역에 산재한 문화재 소개, 관광명소 탐방 등을 통해 성주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한마당 행사로 치러 호응을 얻었다.

특히 세종대왕자태실을 무대로 한 장태 봉안의식은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전국 처음으로 재현한 봉안의식을 통해 조선 왕실의 독특한 풍속을 선보이고 지역 특산물과 문화를 접목한 축제가 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학교! 우리동네 미술관'이란 프로그램으로 경북도내 농촌학교를 순회하며 타일벽화로 학교 빈 벽면을 장식하는 작업을 하는 등 농촌 2세들에 대한 문화 보급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 촌장은 "금수문화예술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들어와 창작활동에 전념했으면 좋겠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 곳이 지역 문화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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