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구입 난색…임대 외 방법 없어 행사 활성화 차질
13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국제민간교류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대구의 한 시민단체는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동시통역 관련 사항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3시간가량 진행될 한국인 강연자의 강연을 일본어로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정작 동시통역을 위한 설비가 대구에서는 전무했던 것. 한국인 강연자의 강연을 한 단락 단위로 끊어 통역자가 통역을 한다 하더라도 6시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동시통역 설비가 반드시 필요했던 이 단체는 결국 서울에 있는 동시통역 설비 대여업체 측에 연락해 관련 설비를 빌려올 수밖에 없었고, 50만 원의 대여비 외에도 출장비 및 설치비 20만 원을 더 부담해야 했다.
대구시가 각종 국제 행사를 유치,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대구의 동시통역시설 인프라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간 단체들은 국제교류 행사를 마련해놓고도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통역설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전시컨벤션센터와 일부 호텔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통역 장비가 없어 서울에 있는 대여업체를 통해 관련 설비를 임대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대구시는 이런 사정을 파악하고 있지만 장비구입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통역장비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구시청 국제통상팀 관계자는 "교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우선은 주최 측에서 통역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며 "동시통역장비는 활용도가 떨어져 예산확보가 힘들다."고 말했다.
6년 전인 2001년 대강당을 지으면서 동시통역 설비를 설치하려 했던 지역의 한 대학 역시 설치비용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우려 등으로 동시통역 설비 도입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200명을 위한 동시통역설비를 갖추는 데 1억 원이 넘는 돈이 들지만 동시통역설비 대여업체에서 빌릴 경우 10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민간단체들은 국제교류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강연이나 세미나 등에 필요한 동시통역 인프라의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일 간 미청산 과제해결을 위한 민간교류에 나서고 있는 '이인순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동시통역 설비를 활용하고 싶지만 비용이 문제"라며 "통역설비 부담이 해결된다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청이나 구청에 설치하는 음향시설에도 수천만 원 단위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아는데 정작 국제화를 위한 시설 인프라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