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붕기야구)거침없는 패기가 아름다웠다

입력 2007-07-13 09: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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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게임 위기 불구 최선 다한 플레이…부천고·춘천고 진한 여운

▲ 12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제29회 대붕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셋째날 배재고-부천고 전.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배재고 1루 주자 김경구(사진 오른쪽)가 3회초 1사 1, 3루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던 부천고 포수의 송구가 유격수 박원철의 키를 넘어가고 있다.
▲ 12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제29회 대붕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셋째날 배재고-부천고 전.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배재고 1루 주자 김경구(사진 오른쪽)가 3회초 1사 1, 3루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던 부천고 포수의 송구가 유격수 박원철의 키를 넘어가고 있다.

12일 경기에서 콜드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부천고와 춘천고는 각각 배재고와 성남서고에게 대량 득점을 허용하며 콜드게임 패 수모를 당할 뻔 했으나 이들은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7회초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7점 차이가 나 콜드게임으로 패할 위기에 몰린 부천고는 7회말 공격에서 1점을 뽑아내며 9이닝까지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춘천고도 1, 2회 8점을 허용하며 완전히 무너지는 듯 했지만 2점을 올리며 끈질기게 버텨냈다.

고교 야구에서 열정과 패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많다. 외야수에게 잡힐 듯한 타구가 날아가거나 평범한 내야 땅볼이 될 것 같으면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1루로 뛰지 않는다는 것. 어린 선수들이 요령만 익혔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보다 오히려 이기는 방법만을 가르친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야구 명문도 아니고 전력도 탄탄하지 못해 1회전 문턱에서 대패,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부천고와 춘천고가 보여준 플레이는 다른 팀 선수, 지도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그들은 젊음의 패기와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배재고 10-4 부천고

경기 초반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배재고 타선이 위력을 발휘했다.

1회 양 팀은 2점씩 주고받았다. 배재고가 정은지의 볼넷과 김희준의 안타에 이어 김영혁(6타수 3안타 3타점)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냈고 계속된 1사 1, 3루에서 윤기우의 희생플라이로 2대0으로 앞서나갔다. 부천고는 허상철의 안타, 진민호의 볼넷 등으로 1사 2, 3루를 만든 뒤 유재상의 우전 적시타, 서경오의 2루수 땅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3회에도 사이좋게 1점씩 주고받은 양 팀. 하지만 5회초 배재고가 대거 7득점, 승부가 기울었다. 김희준의 볼넷과 김영혁, 김경구의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은 뒤 윤기우의 몸에 맞는 볼로 1득점, 김동주(5타수 2안타 1타점)의 중전 안타로 다시 1점을 뽑았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김범준의 밀어내기 볼넷과 김의선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3점을 더 낸 뒤 김영혁의 중전 적시타가 터져 10대3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부천고는 7회말 유재상의 내야 안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힘이 부쳤다.

■공주고 2-1 원주고

공주고는 달아날 수 있을 때 달아나지 못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2회말 김찬호의 중전 안타와 장익호의 우전 안타로 잡은 2사 1, 2루에서 황진수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먼저 따냈지만 이어진 2사 2, 3루 기회는 살리지 못했다. 3회말에는 1사 1, 2루 기회에서 김철중의 중전 안타가 나왔으나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되고 후속타도 터지지 않아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4회말 공주고는 장익호, 양정훈의 중전 안타로 2대0을 만들었으나 더 이상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고 오히려 9회초 역전 위기를 맞았다. 원주고는 9회초 김영상의 좌중간 3루타에 이어 우원일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김재균의 우전 안타가 나오면서 원주고 더그아웃에서는 동점을 기대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하지만 2루 주자가 홈으로 뛰다 아웃되는 바람에 경기는 그대로 끝나버렸다.

공주고 에이스 조순식(6이닝 3피안타 5탈삼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원주고의 패인. 공주고 황진수와 장익호는 각각 4타수 2안타 1타점, 4타수 2안타를 치며 공격을 이끌었다.

■성남서고 8-2 춘천고

뚜렷이 드러나는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춘천고의 패기가 돋보였다.

성남서고에 1회 3점, 2회 5점을 내주며 콜드게임 패를 당하는 분위기로 흘렀지만 4회 2점을 뽑아내며 정규이닝을 모두 치러냈다. 0대8로 뒤지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고 내야 땅볼 때도 전력 질주, 슬라이딩을 시도한 끝에 얻은 결과. 비록 승부를 뒤집기에는 힘이 모자랐지만 성남서고 에이스이자 프로 신인 2차 지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범준을 상대로 점수를 얻어냈다는 점이 더욱 돋보였다.

성남서고는 상대 실책과 임치영의 우전 적시타, 투수 폭투를 묶어 3대0으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2회말에는 1사 만루에서 정정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득점한 것을 시작으로 이동민이 좌익수 키를 넘는 2루타를 날려 주자 둘을 불러들였고 계속된 2사 2루에서 강치행의 1타점 중전 적시타 등으로 모두 5점을 추가했다.

성남서고 선발 이범준은 6과 2/3이닝 8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 승리 투수가 됐다. 춘천고 세 번째 투수 김환(2학년)은 5와 1/3이닝 동안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져 팀을 콜드게임 패 위기에서 구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대붕기 전적표(12일)

배재고 201 070 000 - 10

부천고 201 000 100 - 4

▷승리 투수=이재욱, 패전 투수=손동욱

원주고 000 000 001 - 1

공주고 010 100 00X - 2

▷승리 투수=조순식, 패전 투수=이석재

춘천고 000 200 000 - 2

성남서고 350 000 00X - 8

▷승리 투수=이범준, 패전 투수=최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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