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경관을 오롯이 품은 천문산과 천자산이 있는 장가계.
이곳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때는 1980년 대 초 부터다.
석영사암으로 구성된 산봉우리들은 거대한 죽순처럼 푸른 하늘을 찌르고 맑은 계류는 천고만협의 사이를 누비며 흐른다. 때로는 유유하고 장엄한 자태가, 때로는 험준하고 수려한 모습이 감탄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선계의 비경이 따로 있을까.
저마다 허리춤에 구름 띠를 두른 높은 봉우리 사이로 운무가 바다를 이루더니 한 줄기 바람이 불자 낮게 깔린 구름이 용틀임을 한다. 깊은 협곡 사이 움츠렸던 용이 승천이라도 하는 걸까. 아득한 봉우리마다 골과 기암절벽들이 운해사이로 숨어든다.
눈을 돌리자 이번엔 산봉우리 사이로 어필봉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깎아지른 듯 뾰족한 바위들이 천길을 솟아올라 있다. 군데군데 뿌리내린 낙락장송은 천년의 정취를 뽐내고 있다.
연신 구름과 바람의 조화가 연출하는 대자연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장가계는 어딘가에 있을 낙토(樂土)를 꿈꾸게 한다.
▩장가계=해발 1518.6m의 천문산을 주축으로 한 장가계 일대 절경은 3억 8천 년 전 바다 속 땅이 솟아오르면서 조산활동과 비와 바람의 풍화작용으로 현재의 절경이 만들어졌다. 도처에 구릉과 석순이 분포하고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져 중국인들은 이곳을 신선들이 내려와 다듬어 놓은 거대한 분재대공원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천문산을 하늘에서 보면 마치 불규칙한 원주형 기둥이 거대하게 우뚝 솟은 형상이며 정상은 평지에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중국 호남성(湖南省) 성도 장사(長沙)에서 차로 달린 지 4시간. 장가계(張家界)시내에 도착, 냉방이 잘 된 차에서 내리자 습하고 더운 아열대 기후가 엄습한다. 정오가 가까운 시점 시내 곳곳은 몰려드는 한국 관광객들로 몹시 부산하다.
모두들 중국이 그토록 천하기경임을 내세우는 '천문산(天門山)국가삼림공원'을 보기위해서다. 천문산은 장가계에서 약 8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비경에 둘러싸인 허공을 걷는 듯
천문산 관광은 총 길이 약 7.45km의 케이블카를 이용해 수직으로 솟은 기암절벽과 산세를 둘러보게 된다. 시내를 출발한 케이블카가 산 한 고비를 넘자 발아래로 중국 시골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천문산은 아직 구름 속에 가려져 있다.
한참을 발아래 이국경치에 취해 있을 즈음, 저 멀리 구름 속에 한 줄기 햇살이 뚫리면서 푸른 하늘 위로 천문산이 새틋한 제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 표고 차 1279m를 자랑하는 케이블카도 가파른 경사에 이르자 속도를 줄였다. 저 아래 땅은 이미 까마득하다. 한 사람이 겨우 설 넓이의 봉우리 끝에 세운 철제지주를 케이블카가 지날 땐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느낌이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케이블카는 거의 수직상승의 곡예를 부린다. 그 가운데 기괴한 산세와 발아래 구름의 조화가 빚은 비경엔 탄성이 절로 터진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에서 바람이 언뜻 부는가 싶더니 구름이 상승기류를 타고 케이블카를 스치며 지나가자 스산한 한기가 순간 피부 속을 뚫고 들어온다. 또다시 시야가 열리면 이번엔 이끼 낀 푸른 절벽 사이로 한 떼의 구름이 바위를 타고 꿈틀꿈틀 올라온다. 영락없이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다. 사방에서 벌어지는 구름과 바람의 조화가 천문산 비경과 어우러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8인승 작은 케이블카에 몸을 맡긴 약 40여분 동안 천문산 절경과 기이한 절벽, 야생 덩쿨이 엉켜진 수려한 숲은 선계의 '하늘정원'을 둘러보는 황홀감에 휩싸이게 된다.
◆하늘로 통하는 아흔아홉 구비 길과 천문동
짜릿한 케이블카 여행이 천문산 중턱에서 막을 내리면 이번엔 버스로 아흔 아홉 고갯길을 돌아 올라가는 통천대도와 천문동이 기다린다.
180도의 급커브길이 천문산 허리를 감싸며 올라가는 통천대도는 조금 전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였던 그 길이다. 길의 형상이 마치 용이 솟구치는 형상과 닮았기도 하고 푸른 천문산 자락을 하얀 옥띠로 감아 두른 듯하기도 하다. 구비 길을 돌 때마다 좌우로 낭떠러지가 있어 스릴이 넘친다. 친절하게도 구비마다 몇 번째임을 표시하는 숫자도 적혀있다.
아흔아홉 번째 구비를 돌아들자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천연 석회동굴인 천문동이다. 천문동은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동굴로 남북방향으로 뻥 뚫려 있는 것이 특징.
그 높이가 130여m에 너비 57m, 깊이가 60m에 달한다.
그러나 구름 위에 걸려 있는 천문동은 동굴 사이로 자주 구름이 끼고 짙은 안개가 감돌아 완전히 열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는 없다. 이름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관문'답게 천문동은 굳게 닫혀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999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천문동 앞에 섰으나 안개와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 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이 곳 현지인들이 계단 중간에서 북과 나팔로 불어대는 아리랑 곡조가 구성지게 천문동을 두드릴 뿐이다.
◆남녀의 사랑가가 메아리치는 산중호수
장가계 무릉원구에 있는 보봉호는 남북 길이가 2.5km, 깊이 70~100m인 산중호수로 보봉산 기암절벽과 여러 형상의 바위로 둘러싸여 얼핏 보아도 몽환적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조용한 협곡사이에 고인 맑은 물에 산들이 거꾸로 비춰 그야말로 물은 산으로 인해 더 푸르고 산은 물로 인해 아연 초록색을 띤다.
관광객들은 이 호수에 유람선을 띄우고 약 30여분간 호수와 주변 경관을 둘러보게 된다. 호수가 품은 전설과 각종 바위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중에 배가 한 지점에 다다르자 안내인이 박수를 쳐보란다. 얼떨결에 모두들 박수를 치자 절벽 아래 작은 배에서 중국 전통복장을 한 여인이 나와 노래를 부른다. 호남성 소수민족 토가족이 짝을 찾을 때 부르는 민요다.
그 특유의 고음이 수면 위를 박차고 올라 계곡으로 메아리치자 산중호수는 더욱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토가족의 이러한 삶은 그들의 민속춤과 전래 기예술을 선보이는 '몽환극장' 쇼에서 절정을 이룬다.
◆거대한 원주형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우뚝
원가계 천자산 관광은 천문산의 웅장함과 달리 천길 낭떠러지 아래서 불쑥 솟은 거대한 원주형 봉우리들이 집단을 이루면서 천혜의 절경을 만나게 된다.
천문산에서 관광의 시선을 주로 위에 둔 것이라면 천자산에서 관광의 시선은 아래로 향한다. 이를 위해 관광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아슬아슬하다하여 기네스북에 등재된 백룡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천자산 절벽에 수직높이 335m로 건설된 백룡 엘리베이트는 절반은 절벽의 암벽 속을 뚫고 오르며 나머지 절반은 절벽 바깥으로 노출되어 있어 고공에서 발아래의 천자산 경치를 구경하면서 산 정상까지 오르게 되어 있다.
좁은 돌계단을 따라 둘러보는 천자산 절경은 거대한 원주형 봉우리들이 자연 병풍을 이루고 있는 형상. 그 아래로 운무인지 구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안개가 피어올라 보는 이로 하여금 꿈속의 한 장면을 현실에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이 불면 구름에 가렸다 햇볕이 나면 그 몸체를 드러내기를 반복하는 원주형 봉우리들은 하나같이 선계에서나 있을법한 경치와 풍모를 자아낸다. 아래로 내려다 볼 때마다 섬뜩하고 아찔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자꾸만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것은 절묘하고도 기이한 천자산 풍광이 잡아끄는 어쩔 수 없는 호기심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갑자기 소낙비가 내려 경치구경에 정신없는 나그네의 발길을 재촉한다. 탄성과 경이로움에 압도당해 걷다보면 공산혁명의 용장 하룡(賀龍)장군을 기념한 공원과 천자산 전망대와도 만난다.
천자산을 내려오는 길엔 삭도가 기다린다. 원가계 기암골짜기를 공중에서 즐길 차례다. 또 다시 발아래로 푸른 비단이 능라처럼 펼쳐진 숲과 자연의 신비를 안은 원주형 봉우리들이 비로소 제 속살을 살짝 드러내 보인다.
◇여행 팁
장가계는 아열대 기후대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이면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된다. 이 때문에 여행객들은 날씨와의 한판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노인들이 여행할 때는 체력안배가 필요하다. 현재 장가계를 찾는 관광객의 70%는 한국인이다.
장가계 관광의 최적기는 10월부터 12월말까지. 이 기간동안은 기후도 비교적 서늘하고 비도 자주 내리지 않아 천혜의 비경을 비교적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여행의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 또한 잠자리와 현지에서 먹을 식사가 그만큼 열악해진 것으로 보면 된다. 장가계엔 한국음식점도 다수 있으나 조리방법과 양념류가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저가의 관광을 할 때는 약간의 비상음식을 가져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또 장가계 일대에서는 우리나라 화폐가 통용되지만 장가계로 들어가기 전 하루 이틀 머무는 상해나 장사 등지에서는 중국 인민폐만이 허용되므로 약간의 위앤화를 바꿔가는 것이 좋다.
협찬:(주)엑스코 여행사
중국 장가계에서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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